출생 수만 봐도 아는데… 무대책이 '임용 절벽' 불러

입력 2017-08-04 18:38  

"100% 합격시켜라"…임용고시 폐지까지 들고 나온 교대생

서울, 작년 적정수요 두 배 뽑아
저출산 여파로 학생수 줄면서 수년째 임용 미발령자 급증

실수요 외면한 정책 실패
교육청·교육부 등 책임 떠넘기기…정원 예측없이 정치적 결정이 화근



[ 김봉구 기자 ]
전국 교대생들의 집단 반발을 낳은 ‘임용고시 절벽’ 사태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들이 태어날 무렵 신생아 숫자만 봐도 초등교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는데 교육당국이 무대응으로 일관한 결과다.

◆교대생들, 임용고시 전반 ‘불신’

서울지역 공립 초등교사 임용 규모를 작년 대비 8분의 1로 대폭 감축하면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즉각 교대생들의 집단 행동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은 “경찰대 졸업생은 모두 경찰이 되고, 사관학교 졸업생도 모두 군인이 되는데 정부가 교대생만 백수로 만든다”며 항의했다. 교대 졸업생 100%를 교사가 되게 해 달라는 요구까지 등장했다. 교육당국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임용고시 폐지론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문제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교육당국이 무대응으로 일관한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학령인구 감소는 ‘상수’여서 통계 추이만 분석했어도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7년 전 신생아 수만 봐도 초등교사 수급 문제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교육계에선 813명을 임용한 작년만 해도 서울의 초등교사 임용 적정 수요는 400명 정도였다고 분석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강하게 신규 임용을 요구해 수요보다 더 많이 선발했다”고 해명했다. 일종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했다는 얘기다.

◆주먹구구 교사 수급 정책

교사 수급 정책 재점검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교육계 인사는 “당해 연도 임용시험 3개월 전에 고지할 게 아니라 교대가 신입생을 뽑는 4년 전에 미리 대강의 선발 인원을 예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만해도 최근 5년간 초등교사 모집 인원이 2014학년도 990명, 2015학년도 600명, 2016학년도 960명, 2017학년도 846명에 이어 2018학년도엔 105명(예고)으로 오락가락했다.

4일 교대생들과 면담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정부 공약인 ‘1수업 2교사제’ 조기 실현 등의 해결책을 적극 찾겠다”고 했다. 교원 1만5000~1만6000명 증원이 필요한 방안이다. 그러나 이번 추가경정예산에는 관련 예산이 포함되지 않아 일러도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비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얘기다.

교육당국이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수요 예측을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정치적·정책적 요인이 과잉 개입됐다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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