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줄 죄기' 고강도 압박
수산물도 금지 목록 포함, 북한 노동자 추가 송출 동결
원유는 중국·러 반대로 빠져…제재 실효성엔 여전히 한계
안보리 만장일치 제재
미국의 무역전쟁 압박에 중국·러시아도 찬성으로 돌아서
[ 김현석 기자 ]
2006년 북한 핵실험이 시작된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총 8차례 대북 제재를 결의했다. 하지만 주말인 5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통과한 2371호 결의는 이전 제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해 수출과 인력 이동 대부분을 막는 식이다.
다만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 중단이 빠져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은 즉각 반발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돈줄 촘촘히 끊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작년 말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집권 이후 5년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3억달러(약 3354억원)를 쓴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결의의 목적은 이렇게 쓰이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데 있다. 기존 결의에 있던 구멍을 틀어막아 북한이 더 이상 핵·미사일 개발에 쓸 돈이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주력 수출품인 광물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게 대표적이다. 기존 결의 2321호에선 석탄 수출에 상한선(연간 750만t 또는 4억87만달러)을 두고 제한적으로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없앴다. 또 기존 결의에서 인도주의 목적 등에 한해 일부 허용한 철, 철광석 수출도 전면 금지했다. 금지 광물에 납과 납광석도 추가했다.
생선 갑각류 등 수산물 수출도 막았다. 북한은 그동안 수산물을 중국에 수출해 외화를 벌어왔다. 이렇게 광물과 수산물 수출을 막으면 북한의 연간 수출액 30억달러 중 10억달러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유엔은 또 회원국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 수를 5일부터 더 늘릴 수 없게 했다. 북한은 40여 개국에 5만 명 넘게 파견해왔다.
조선무역은행과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 조선민족보험총회사, 고려신용개발은행 등 4개 기관을 자산동결·여행금지 대상(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외환창구 역할을 해왔으며, 조선민족보험총회사는 노동당 소속 외화벌이 기관인 ‘39호실’과 연계된 곳이다. 예술 창작기관인 만수대창작사의 해외사업 부문인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은 아프리카 등지에 동상 등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왔다. 최천영 일심국제은행 대표, 한장수 조선무역은행 대표 등 개인 9명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북한 핵포기는 쉽지 않을 듯
이번 제재는 제대로 이행된다면 북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광물, 수산물과 해외 노동자 파견 등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을 모두 촘촘히 통제해서다.
하지만 당장 핵포기 등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인 북한에 대한 원유수출 금지가 빠졌기 때문이다. ‘막가파’ 식으로 행동해온 북한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이 없다면 핵·미사일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에도 한국 정부와 유엔은 2321호 대북 제재 결의가 통과된 뒤 석탄 수출 제한 조치가 연간 7억달러의 자금 차단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왔다.
계속된 도발에 중국 러시아도 찬성
지난달 4일 북한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쐈을 때까지만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추가 제재 결의에 반대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의 행동에도 즐겁다거나, 북한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달 28일 두 번째 ICBM급 미사일을 쏘자 중국과 러시아도 바뀌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슈퍼 301조를 동원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중국은 미국과 물밑협상에 들어갔다. 특히 미국이 북한 정권의 ‘생명줄’로 꼽히는 원유수출 금지 카드를 거둬들이자 결의안은 급진전됐다. “북한이 쏜 미사일은 ICBM이 아니라 중거리”라던 러시아도 찬성 기류로 돌아섰고, 유엔은 주말(5일) 오후 안보리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결의안 (채택)을 위한 길을 터준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유엔본부=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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