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페이스북 사진·게시글로 대기오염·기상이변 예측한다

입력 2017-08-07 16:23  

산불은 미세먼지 발생과 밀접
페북 등 게시글 분석 연구나서

사진· 위치정보 등 실시간 확인
홍수 등 기상이변 예측에도 활용



[ 박근태 기자 ] 지난달 24일 유럽 남부 지중해 연안 곳곳에서 대규모 산불이 일어나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표적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산불 모습을 담은 사진과 게시글이 쏟아졌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산불 소식에 누구보다 관심을 쏟는 과학자들이 있다. 산불 발생 지역에서 올라온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분석하면 대기 오염 발생 현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연구진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산불과 관련해 올리는 게시물 수가 위성사진, 대기 감시 센서가 관측한 초미세먼지 발생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대기화학및물리학 저널 3일자에 소개했다.

큰 산불이 일어나면 인간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2.5)가 포함된 흰 연기가 발생한다. 해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가운데 20%는 산불에서 나온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관측위성인 아쿠아 위성에 장착한 모디스(MODIS) 분광카메라를 활용해 초미세먼지 경로 등을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은 방대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동시에 관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정밀한 초미세먼지 확산 모델을 만들기 위해 위성 영상과 함께 지상 감시센서 등에서 포착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연구진은 구글의 검색 결과를 분석하는 구글트렌드를 활용해 산불이 일어난 지역에서 ‘공기질’ ‘연기’ ‘산불’ 등 단어 검색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20억 명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게시글에 주목했다. 산불을 목격한 사람들이 소방서에 신고하는 것보다 산불을 본 사실을 먼저 페이스북에 올린다는 점에 착안했다. 페이스북도 회사 소속 데이터 과학자를 연구에 참여시켰다.

연구진은 2015년 6월5일부터 같은해 10월27일까지 미국과 캐나다에서 일어난 산불을 언급한 게시글을 수집했다. 태그에 산불을 암시하는 ‘연무’ ‘연기’ ‘불’ 같은 단어를 포함한 게시글만 분석 대상에 올렸다. 담배처럼 연기와 관련되지만 산불과는 관련 없는 게시물들은 제외했다. 산불 관련 게시글과 각 지역에 초미세먼지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센서 자료,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게시글을 올린 위치와 초미세먼지 발생 지역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대다수 지역에서 페이스북이 오히려 위성이 찍은 영상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소셜미디어가 과학 연구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장소 정보와 함께 빠르게 전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스냅챗 같은 소셜미디어 서비스는 사진과 짧은 문장 외에도 작성 시간과 위치 정보를 함께 전달한다. 예를 들어 비가 와서 강 수위가 올라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짧은 설명글이 올라오는 횟수와 장소, 시간을 분석하면 홍수가 나기 전에 미리 방재기관에 경고할 수 있다. 연구진은 건강을 위협하는 초미세먼지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면서 소셜미디어가 센서나 위성 사진이 없는 지역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기상이변 예측에도 소셜미디어가 활용되고 있다. 영국 워윅대 연구진은 지난 3월 소셜미디어 분석을 통해 허리케인과 폭풍, 홍수가 날 것을 사전에 알아낼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4~2014년 소셜미디어 중 하나인 플리커에 올라온 강과 호수, 경치 사진과 동영상 1억 건을 분석한 결과 게시물이 홍수나 허리케인 같은 기상이변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게시물이 기상관측 센서처럼 이른바 ‘소셜 센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수 감시용 센서는 기상이변을 알아내는 데 활용되지만 탐지 범위가 좁은 편이다. 반면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올리는 정보야말로 현재 진행 중인 현상을 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것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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