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지난달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비공개 워크숍에서 “대통령의 탈(脫)원전 정책을 산업부가 제대로 뒷받침 못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는 것부터 그렇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산업부는 국민에게 탈원전을 설득하고 비판적인 언론에 대응할 목적으로 ‘탈원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TF가 청와대와 교감하면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공론화위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산업부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과는 무관한, 탈원전을 위한 TF라고 설명하지만 두 이슈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알 일이다.
정부가 지난달 두 번에 걸쳐 전국 2000개 기업에 하루 최대 네 시간 전기 사용량을 줄이라는 ‘급전지시’를 내린 것도 마찬가지다. 전력예비율을 높게 관리해 탈원전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탈원전을 해도 전력수급에 이상이 없다”고 공언까지 한 마당이니 더욱 그렇다. 탈원전 찬성 쪽으로 유리하게 설계해 놓고 한 ‘광화문1번가’(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정책 제안 사이트)의 탈원전 찬반투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위클리 공감’ 주간지에 실린 탈원전 찬성 Q&A 등도 정부가 밝힌 공정·중립 원칙을 부정하는 꼴이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환경단체는 줄기차게 성명서를 내고 캠페인까지 하도록 내버려두면서 한국수력원자력엔 홍보 중단 등 침묵을 강요하는 것도 명백히 잘못됐다. 이쯤 되면 말이 공론화이지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 미리 답을 정해놓은 공론화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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