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네트웍스, 가맹 주유소 사업 SK에너지에 판다

입력 2017-08-07 19:46   수정 2017-08-08 05:09

신사업 실탄 3000억 확보
SK에너지도 유통 일원화 '윈윈'…직영 주유소는 매각 안하기로
패션·면세점·LPG충전소 매각 등…최신원 회장, 사업재편 가속화



[ 윤정현/김익환 기자 ] SK네트웍스가 SK 브랜드를 단 가맹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유통하는 ‘홀세일 사업부’를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 자회사 SK에너지에 넘기기로 했다.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가맹 주유소 사업서 손 뗀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오는 11일 이사회를 열어 에너지마케팅(EM) 부문 내 홀세일 사업부를 SK에너지에 매각하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3000억원 안팎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 홀세일 사업부는 SK에너지가 생산하는 석유제품을 주유소에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올 들어 직영 주유소 500여 곳을 SK에너지에 매각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했지만 가격에 대한 의견 차가 커 무산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직영 주유소는 부지가 SK네트웍스의 자산으로 잡혀 있어 거래가 성사됐으면 딜 규모가 조(兆) 단위에 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계열사 간 이번 거래는 서로에게 ‘윈윈’이라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SK에너지는 정제한 제품을 직접 주유소에 공급함으로써 유통비용을 줄여 마진을 확대할 수 있다. SK네트웍스는 사업부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재무부담을 줄이고 신성장 사업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EM사업부의 순이익률이 0.5%에 불과해 SK네트웍스가 수익성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히려 키우고 있는 렌터카, 가전 등 렌털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SK네트웍스의 ‘몸집’이 줄어드는 건 감수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지난해 SK네트웍스 전체 매출(18조4574억원)에서 EM사업부(7조5417억원)가 차지한 비중은 40%였다. 가맹 주유소에서 나오는 매출은 EM사업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속도 내는 사업재편

SK네트웍스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 형인 최신원 회장(사진)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사업재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워커힐면세점이 재승인을 받는 데 실패하자 작년 5월엔 아예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뗐다. 12월에는 패션사업부를 현대백화점그룹에 팔았다.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도 올 3월 SK가스 등에 넘겼다. 대신 지난해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한 뒤 렌터카, 정비 등을 하는 카라이프 사업과 함께 렌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일각에선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제인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와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이끄는 계열사들이 SK그룹에서 계열분리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6월엔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 부회장이 SK케미칼을 정점으로 하고 SK가스, SK건설 등을 계열사로 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SK케미칼 지분 17.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 측은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최대주주(23.4%)로서 그룹 전체를 챙기면서 최신원 회장과 최 부회장이 각각 독립적으로 계열사를 경영하는 시스템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 브랜드를 공유하면서 독립적인 경영을 유지하는 느슨한 연대의 지배구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정현/김익환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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