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북 '산에서 돈 버는' 은퇴자 늘었다

입력 2017-08-07 21:08   수정 2017-08-08 07:02

'귀산 창업' 밀어주는 산림청

1인당 3억원 연리 2% 융자
주택·농기계 구입비도 지원
올 240억 지원예산 마련



[ 임호범 기자 ]
내년이면 35년간 근무한 현대중공업 특선(특수선박)생산부에서 정년퇴직하는 J씨는 요즘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다. 퇴직 이후 두 번째 인생을 산에서 시작할 계획을 세워서다. 그는 지난달 15~16일 산림청이 울산 소호마을에서 연 조선업 종사자 대상 귀산촌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J씨는 “정년이 가까이 오면서 내심 불안했던 마음을 이번 교육을 통해 떨칠 수 있었다”며 “7년 전 구입한 임야에서 산양삼과 버섯 관련 창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은퇴자들이 산촌으로 몰려가고 있다. 산양삼, 버섯, 곤충, 생태관광 등의 풍부한 임업으로 창업이나 경영활동이 가능해서다. 산림청은 귀산촌 인구가 늘어나자 올해 240억원의 산촌 창업자금을 마련했다고 7일 발표했다. 지난해 50억원보다 190억원 늘렸다. 산림청 관계자는 “귀산촌 통계는 통계청의 귀촌인구 중 산림기본법에서 산촌으로 귀농하는 인구를 나타내고 있다”며 “최근 2년간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귀산촌 인구는 2014년 6만2824명에서 2015년 6만8928명으로 9.7% 늘었다. 지역별로는 강원지역이 2만3170명으로 가장 많다. 경북 1만2730명, 경남 6893명, 충북 5674명 순이다. 우리나라 농촌 인구는 2014년 487만7097명에서 2015년 483만1088명으로 0.9% 감소했지만 귀산촌 인구는 증가했다. 지난해 통계는 이달 말 나온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해 통계가 나오면 분석해야 알겠지만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9년간 은행에 근무하다 지점장을 끝으로 퇴직한 강민성 씨(61)도 2012년 서울에서 경남 하동으로 귀산촌했다. 인생 이모작을 위해 택한 곳은 지리산 의신마을이다. 귀산촌 후 은행원 경험을 살려 부실에 빠진 마을 영농조합을 되살렸다. 지리산에 살고 있는 반달곰인 ‘산’과 ‘강’을 이용한 캐릭터 상품도 개발했다. 곰 배설물을 퇴비로 만들어 고사리와 취나물을 재배해 관광객에게 판다. 영농조합은 2015년 600만원의 첫 흑자를 냈다. 지난해 8만명 이상이 이 마을을 찾았다.

귀산촌 인구가 늘자 산림청도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올해 조선업 불황에 따른 생계 안정을 위해 조선업 은퇴·퇴직자를 대상으로 귀산촌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지원 방안 중 하나다. 6월1~4일, 지난달 15~16일과 22~23일 등 세 차례 조선업 근로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산촌·임업 창업반을 운영했다. 2014년부터 산림청이 시작한 전국 귀산촌 교육과정에 총 1000여 명이 찾았다.

산림청은 산촌에서 창업하면 1인당 3억원 이내(연리 2%)로 융자해주고 농기계 구입비도 지원한다. 주택 구입비도 1인당 5000만원 이내(연리 2%)로 지원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귀산촌을 산촌특구로 지정하고 생활터전 및 일자리 제공을 위한 기본계획을 올해 마련해 2019년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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