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이 4년 만에 소리 스릴러를 들고 한여름 관객을 찾는다. 염정아, 박혁권, 신린아 주연의 '장산범'을 통해서다.
'장산범'은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 영화와 결을 달리한다. 장산범이라는 민담을 소재로 소리를 이용해 사람의 기억과 마음을 건드리며 공포로 몰아넣는다.
8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영화 '장산범'의 언론시사회에서 허정 감독은 "소리는 들었을 때 상상하게 만든다. 그런 부분들이 무서울 때가 있었던 것 같아 관련된 이야기들을 참조했다"라고 밝혔다.
허 감독은 "시각적 모습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때 임팩트가 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소리만큼 시각적인 효과도 상당하다. 그 중심에는 무당 역의 이준혁이 있다.
허 감독은 "이준혁이 무당 역 소화를 위해 취재도 많이 했다. 굿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라며 "몸을 잘 쓰는 배우라 각 캐릭터들을 분석하고 기이한 모습을 잘 표현했다"라고 칭찬했다.
이준혁의 굿 장면은 먼저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 '곡성'을 떠올리게 했다. 허 감독은 "우리 영화가 (곡성보다) 늦게 개봉하게 된 것"이라며 "촬영 당시 '곡성'이 개봉됐는데 이후에 영화를 보고 참 촬영을 잘했다고 생각했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장산범'의 접신 장면은 실제로 느끼듯 소리가 섞여 혼란스러운 느낌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장산범'에는 원조 스릴러퀸 염정아가 극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그는 아이를 잃어버리고 미스터리한 일에 휘말리는 희연 역을 맡아 모성애 연기를 펼쳤다.
염정아는 "미혼인 감독님과 의논을 많이 했다. 일반적인 엄마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캐릭터를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소리를 상상하며 연기를 해야 해서 정신적으로 많이 부담스러웠다"라며 "현장서 감독의 디렉션에 따라 큰 차이 없이 영화적으로 잘 촬영한 것 같다"라고 소회했다.
허정 감독은 전작 '숨바꼭질'에서 부성애를 다룬데 이어 '장산범'에서는 모성애를 다뤘다. 이에 그는 "가족이라는 배경은 의도해 만든 것이 아니"라면서 "소리가 개인의 어떤 지점을 건드린 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아이를 잃은 상실감에 놓여있는 엄마를 캐릭터로 설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이성적 남편 민호는 박혁권이 연기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해 "반전이 없어 죄송하다"라며 "반전 없음이 반전"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 소리와 영상이 어떻게 담길지 궁금했는데 생각했던 것 만큼 넘치지 않고 조화롭게 들어간 것 같아 재밌게 봤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스터리한 소녀 역의 신린아는 "염정아 이모와 박혁권 배우님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라며 "호흡이 매우 좋았다고 치켜세웠다.
성인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에 대한 비결로는 "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집중하면 된다"라고 당차게 대답해 미소를 자아냈다.
'장산범'은 오는 17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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