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름다운 이별' 은퇴 투어

입력 2017-08-08 18:00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2014년 7월30일 미국 프로야구팀 뉴욕 양키스 주장 데릭 지터의 고별 경기가 열린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이 마련한 환송 행사에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깜짝 등장했다. 야구광인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뉴욕 양키스타디움 시구에 앞서 지터와 환담하던 장면을 담은 사진을 선물로 건넸다. 관중은 환호했다.

지터는 그해 각 구단과 마지막 경기를 벌이는 은퇴 투어(각 구장 팬들과 인사를 나누며 ‘아름다운 이별’을 기념하는 행사) 중이었다.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양키스 로고와 그의 이름이 박힌 카우보이 부츠도 받았다. 다른 구장들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시카고 컵스는 홈구장 점수판에서 숫자 ‘2’(지터의 등번호)를 떼어내 줬다. 뉴욕 메츠는 뉴욕 지하철 타일을 뜯어 붙인 숫자 ‘2’와 지하철 4·7호선이 만나는 모양의 케이크로 양팀의 ‘지하철시리즈’를 상기시켰다.

앞서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리베라는 2013년 미네소타에서 부러진 야구 방망이로 만든 의자를 받았다. 그의 위력적인 컷패스트볼에 타자들의 배트가 숱하게 부러졌음을 상징하는 선물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은퇴 투어가 시작된 건 5년 전이다. 2012년 치퍼 존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시초다. 2013년 리베라와 2014년 지터에 이어 지난해에는 데이비드 오티스(보스턴 레드삭스)가 주인공이었다. 이들의 마지막 경기엔 숙적 구단의 극성 팬들도 기립박수를 보냈다.

우리나라에선 ‘국민 타자’ 이승엽이 첫 은퇴 투어에 나선다. 은퇴 투어의 주인공은 대단한 업적에다 원정팀 관중도 박수를 보낼 만큼 ‘전국 스타’여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은퇴 의사를 미리 밝혀야 한다. 양준혁, 이종범, 이병규 등 대스타들은 영구결번의 영광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예고하지 않아 고별 경기를 가질 수 없었다. 이승엽은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친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오는 11일 그의 첫 번째 은퇴 경기가 열리는 대전 구장은 가장 어려운 상대였던 구대성에게 유일한 홈런을 친 현장이다. 내달 3일 두산과 맞붙는 잠실구장은 처음으로 공식 경기에 나간 데다 첫 안타를 친 곳, 사직구장(8일)은 홈런볼 잡는 잠자리채가 처음 등장한 곳, 새롭게 바뀐 광주(10일)는 1호 홈런을 날린 구장이다.

각 구단과 팬들의 기대가 큰데 정작 그는 부담스럽다고 한다. 소속팀과 프로야구계 상황이 좋지 않아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지난달 올스타전 때도 이벤트를 사양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몸에 밴 겸손을 넘어 충분히 특별 대우를 받을 만하다. 최고 정점에서 떠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다운 은퇴의 전통을 세우는 또 다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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