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파동에 공제 또 공제…세금 0원 근로자 803만명
[ 주용석 기자 ] 한국은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 근로자 비중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면세자 비중을 계속 낮추고 있는 데 비해 한국만 이런 흐름에 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8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세목별 세율과 세수 비중을 따져본 결과다. 2015년 기준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세 비중은 46.5%로 미국(32.5%) 캐나다(17.8%) 일본(15.5%) 영국(2.3%)보다 훨씬 높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비교하면 미국(6.6%포인트) 캐나다(5.1%포인트) 일본(2.8%포인트) 영국(0.2%포인트) 등이 모두 면세자 비중을 축소했지만 한국은 면세자 비중이 6.3%포인트나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최고 세율을 올리는 반면 서민·중산층에는 세금 혜택을 주는 ‘부자증세-서민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은 특정 계층의 세율을 올리는 것보다 복지 수요를 고려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세제 개혁을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세 비중이 높은 것은 각종 소득공제나 세액공제가 많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원천징수로 낸 세금을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 이전에는 한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을 줄이는 추세였다. 2009년 40.2%였던 이 비중을 2013년에는 미국 수준인 32.2%까지 줄였다.
하지만 2013년 세법 개정을 거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했지만 급격하게 늘어나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공제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연봉 3450만원 이상 직장인 434만 명으로부터 연간 1만~16만원가량의 세금을 더 걷으려 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놔둔 채 만만한 월급쟁이만 턴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정부는 연봉 3450만~5500만원을 받는 직장인 229만 명을 증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게다가 이듬해 연말정산 때 세금을 더 내는 직장인이 늘면서 ‘연말정산 폭탄’이란 말이 나오자 세법을 소급 적용해 직장인의 세금을 더 깎아줬다. 그 결과 근로소득 면세자 숫자는 2013년 297만8000명에서 803만4000명으로 껑충 뛰었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면세자 비중을 30% 초반대로 낮추는 데 10년가량 걸렸는데 정부가 ‘중산층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세법을 바꾸고 소급적용까지 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렸다”며 “단계적으로 면세자 비중을 20% 내외로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면세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지금 상황에선 서민, 중산층 증세를 통한 면세자 축소보다 고소득자 증세가 우선”(김종옥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근로소득처럼 쉽게 노출되고 징수가 편한 세금 위주로 과세하는 건 행정편의주의”라며 “근로소득 외에 다른 세원을 발굴하고 적절히 과세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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