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가 세금 절반낸다'
최저세율 6%로 낮은데다 누진체계 지나치게 가팔라
2014년 공제체계 변경…'내는 사람만 더 내는' 구조로
내년 최고세율 42%로 인상…세수체계 불합리 심화
[ 임도원 / 이상열 기자 ] 소득세는 어느 나라나 누진제를 적용한다.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구조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세금 누진율이 가장 가파른 축에 속한다. 세 부담이 상위 소득자로 갈수록 급진적으로 높아진다는 얘기다. 근로소득자 절반 가까이가 각종 공제혜택으로 사실상 세금 한푼 안 내는 대신 세 부담이 나머지 절반 소득자에게 집중된 결과다. 이 때문에 명목세율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지만 실질 세 부담률은 소득이 높을수록 크게 증가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소득세 과세표준 5억원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40%에서 42%로 높이기로 하면서 ‘내는 사람만 더 내는’ 불합리한 세수구조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상위 소득자가 세금 거의 다 낸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상위 소득자(1%, 10%) 세부담률을 비교 조사한 결과 한국은 상위 1%가 전체 세수의 절반 가까이를, 상위 10%가 90% 가까이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해 최대 두 배 수준에 달한다.
누진율이 비교적 높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OECD 주요 3개국에서 소득 상위 1%가 소득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평균 30.1%로 한국(45.7%)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은 37.8%, 영국은 28.9%였고 캐나다는 한국의 절반 수준인 23.6%에 불과했다. 상위 10%가 소득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 69.8%, 영국 59.8%, 캐나다 53.8%인 데 비해 한국은 87.0%로 월등히 높았다.
한국이 상위 소득자에게 세금이 유독 몰린 것은 세계적으로 높은 면세율과 가파른 누진체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소득세 최저세율이 6%인 데 비해 미국은 10%, 영국은 20%, 캐나다는 15%다. 반면 이들 국가의 최고세율은 캐나다 33%, 미국 39.6%, 영국 45%로 평균적으로 한국(38%)과 비슷하다.
소득세 체계는 근래 들어 상위 소득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계속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과세표준 3억원 초과에 대해 기존 35%에서 38%의 최고세율이 신설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엔 최고세율(38%) 적용 대상이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확대된 가운데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던 소득공제 항목마저 대거 세액공제 항목으로 전환돼 이들의 실효세율을 다시 한 차례 끌어올렸다.
가혹한 소득세 누진체계
한국은 소득에 따라 세 부담이 급진적으로 불어나는 구조로 돼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귀속기준(2016년 신고)으로 인당 소득세 결정세액은 종합소득 1000만원 이하가 5만원으로 소득 대비 세액 비율이 평균 0.79%에 불과했다. 이후 1000만~2000만원은 39만원(2.4%)으로 뛰는 데 이어 2000만~3500만원은 140만원(5.2%), 3500만~6000만원은 353만원(7.9%), 6000만~1억원은 899만원(11.7%), 1억~3억원은 3153만원(20.1%), 3억~10억원은 1억4072만원(29.3%)으로 증가하는 등 세액이 소득 증가분의 수배 수준으로 늘어나고 소득 대비 비중도 급격히 커졌다.
고소득자의 실효세율은 연도별로도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과세표준 3억원 초과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은 2011년 27.1%에서 2012년 28.1%, 2013년 28.0%를 거쳐 2014년 30.0%로 높아졌다. 종합소득 고소득자의 실효세율도 같은 기간 27.6%에서 30.2%로 상승했다. 정부는 소득세법을 개정해 과표 5억원 초과자의 세율을 40%에서 42%로, 3억~5억원은 38%에서 40%로 올릴 예정이어서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준규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세부담을 급격히 높일 경우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데다 고소득 납세자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각종 세금 회피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이상열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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