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의 전쟁' 끝낸 아르헨티나… 글로벌 자동차 생산기지로 다시 뜬다

입력 2017-08-08 19:30   수정 2017-08-09 05:29

"멕시코에 뺏긴 자동차 공장 되찾자"
'친기업' 성향의 마크리 대통령, 일자리 3만개 내걸고 노조 설득

해외기업 투자 막던 규제 없애자 도요타·폭스바겐 등 잇따라 증설
'배터리 원료' 리튬 풍부해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급부상



[ 오춘호 기자 ] 아르헨티나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생산기지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2015년 12월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투자 환경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았던 강성 노조는 한 발짝 물러났다. 아르헨티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 주산지이기도 하다. 외국 자동차 업체가 앞다퉈 진출하는 또 다른 이유다.


◆중남미 전략 거점으로 재부상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아르헨티나 북서부 캄파시에 있는 공장 생산능력을 연내 14만 대로 14%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픽업트럭 ‘하이럭스’ 등 약 11만5000대를 생산했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이달부터 단계적 증산에 나설 예정이다. 닛산은 자매회사인 르노의 아르헨티나 공장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PSA는 2019년까지 3억2000만달러(약 3500억원)를 투자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한다. 독일 폭스바겐도 1억달러를 투입해 아르헨티나 현지생산 차종을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1억달러를 투자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역시 2019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정부와 일자리 ‘빅딜’한 노조

마크리 대통령은 2월 좌파 야당 페론당의 지지기반인 자동차 노조와 마주앉았다. 그는 좌파정권 집권기에 남미에서 가장 노동 비용이 높아 외국 자동차 기업이 대부분 철수해 중남미 자동차 생산기지 자리를 멕시코에 빼앗긴 사실을 들면서 노조의 양보를 이끌어 내고자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2011년 82만8771대에서 지난해 47만 대로 줄어들었다. 마크리 대통령은 2023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100만 대를 생산하고 3만 개 일자리를 만들어 내자며 노조를 설득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일자리에 위기감이 팽배했던 노조는 시간당 노동 비용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데 타협했다. 노조활동을 핑계로 인력의 10%가 근무 현장에 항상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게 현실이었다.

마크리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 수입의 장벽이던 환율 규제를 철폐하고 통화안정 정책을 펼쳤다. 각종 규제도 줄여 외국인 투자를 유인했다. 그는 “아르헨티나가 자동차 생산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주요 고리인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주산지

아르헨티나가 특히 자랑하는 자동차 부품소재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이다. 전기차 한 대에 40~80㎏이 필요한 리튬은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다. 아르헨티나는 리튬 생산량 세계 3위(지난해 5700만t)다.

BYD가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도 리튬 확보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둥펑 등 다른 중국 자동차 업체가 아르헨티나에 투자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도요타 자회사인 도요타통상은 2012년 아르헨티나 북서부 지역에서 대규모 리튬광산을 채굴할 허가권을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얻어냈다.

◆멕시코, 브라질과 한판 승부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것도 아르헨티나엔 ‘축복’이다. 미국은 오는 16일부터 멕시코,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한다. 그동안 미국에 자동차를 주로 수출해 온 멕시코의 투자환경이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최근 멕시코의 노동 비용도 급상승했다.

브라질 또한 아르헨티나로선 한번 겨뤄볼 만한 상대다. 마크리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이용해 다른 남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남미 국가 간 경제통합이나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고려하고 있다. 중남미 자동차 생산기지 역할을 놓고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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