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청와대에서 2시간에 걸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유족대표 15명과 면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그간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음은 물론 피해 발생 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피해가 가족 중 한 명은 “그냥 마트에서 가습기를 사다 썼을 뿐인데 우리 아이가 죽었다”며 “죽고 싶지만 남아 있는 아이를 위해 살고 있다. 사망자 숫자 1,222명은 그냥 숫자가 아니라 목숨이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날 면담에서 피해자 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재수사 △피해구제 재원 확대 방안 추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통령 또는 총리실 직속의 전담기구 구성 △피해자 인정 판정기준을 현행 1·2단계에서 3·4단계로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국가 차원의 화학물질중독센터를 설립해 감시와 예방은 물론 사후 원인 규명과 치료 시스템 구축, 국민안전기본법을 제정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징벌제 강화, 집단 소송제 도입, 살인기업을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피해자의 피해입증에 관한 책임 완화 등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확실한 원인규명과 의학적 조사판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보인다”며 “이 문제를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치료 혜택이라도 우선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가해기업이 도산해 소송이 불가능한 경우라도 특별구제계정을 확대해 지원폭을 늘려야 한다”며 “앞으로도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 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소통해 다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형구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뒤늦은 사과에 대해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사과하고 위로했다. 8년 만에 이루어진 정부의 뒤늦은 사과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고 잘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사진 허문찬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