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70%가 알츠하이머…2024년 시장 126억달러 달해
시판된 제품 모두 증상 억제제…근본 치료제 없어 경쟁 치열
식약처, 한국릴리 임상3상 승인…국내 제약사도 잇따라 개발 나서
[ 이지현 기자 ] 한 해 3조원 규모인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을 잡기 위해 제약사들이 치열한 신약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치료제 개발 성공률이 0.5%에 불과한 게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떠오르는 치매 치료제 시장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일 한국릴리가 제출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치매 치료제 ‘AZD3293(필름코팅정)’ 임상 3상 신청을 승인했다. 환자의 뇌세포에 축적돼 뇌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하는 약이다. 전 세계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2202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으로,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길병원 등 9곳에서 100명의 환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축적을 막는 ‘GV1001’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네이처셀, 차바이오텍 등도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환자는 많은데 근본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서다. 시판된 치료제는 모두 알츠하이머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이다. 1996년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아리셉트’, 2000년과 2001년 허가받은 노바티스의 ‘엑셀론’과 얀센의 ‘라자딘’이 대표적이다.
제약업계는 완치제가 개발되면 100억달러 규모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2021년 919만 명, 치료제 시장은 2024년 126억12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실패 사례도 속출
2002~2012년 이뤄진 세계 알츠하이머 임상시험 413건 중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은 1건에 불과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의 실패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 타깃 치료제로 주목받던 화이자의 ‘바피네주맙’, 일라이릴리의 ‘솔라네주맙’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 모두 임상 3상에서 치료제 개발이 중단됐다.
김기웅 국립중앙치매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베타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기억 이상을 느끼기 10여 년 전부터 뇌에 쌓인다”며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들이 뇌세포를 죽게 하는 등의 2차 문제가 병의 진행을 주도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요즘은 알츠하이머가 상당히 진행된 환자 대신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는 추세다.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은 지난해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고 인지기능이 향상된다는 결과를 냈다. 싱가포르의 타우RX테라퓨틱스가 개발하고 있는 ‘LMTX’는 뇌 속 타우 단백질이 쌓이는 것을 막아 염증 발생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들 치료제가 수년 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기대는 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세계 제약 기업들이 500여 개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갖고 연구하지만 임상에 성공한 제품은 극히 드물다”며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 등은 필요하겠지만 긴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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