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IMM이 인수 후 리모델링
'토종 커피' 할리스의 SOFT 전략
Slowly 느릿느릿 출점…몸집보다 품질
Only 지역 상권마다 다른 매장 컨셉
Flagship 랜드마크에 플래그십 스토어
Trend '카공족' 공략 1인 독서실 인테리어
[ 김보라/이지훈 기자 ]
“요즘 할리스 가봤어?”
커피업계에서 할리스커피가 화제다. 20년 된 커피 전문점 브랜드가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1년 새 서울 종로, 광화문, 여의도 등 도심 곳곳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섰다. 새하얀 건물에 빨간 왕관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내도 바뀌었다. 1인 독서실처럼 만든 곳(무교점)이 있는가 하면 야외 정원으로 꾸민 곳(세로수길점), 한옥의 멋을 그대로 살린 곳(경주 보불로점) 등 매장마다 개성이 넘친다. 커피맛도 달라졌다. 스타벅스식 진한 맛의 강배전 원두 대신 부드럽고 은은한 향의 중배전을 쓴다.
변화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할리스커피는 6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2015년 처음으로 본사 매출 10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엔 전년보다 19% 늘어난 128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커피 시장에서 할리스커피는 매각 이슈가 있던 2013년을 제외하고 19년째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랜드마크에 ‘빨간 왕관’
할리스커피는 1998년 국내 첫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으로 시작했다. 서울 강남의 건물 지하에서 시작한 작은 커피 가게였다. 2003년 프리머스시네마에 합병됐다가 2005년 독립해 창업투자회사들의 자금을 받아 전문경영인 체제를 시작했다. 성장에 속도가 붙은 것은 2013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이 820억원을 투자해 지분 93%를 인수하면서부터다.
IMM은 할리스커피 브랜드를 전면 리모델링했다. 로고의 할리스 영문 글자는 지우고 ‘빨간 왕관’ 이미지만 남겼다. 이를 매장 안팎은 물론 컵, 박스, 소품 등에 모두 적용했다. 새 브랜드가 정착할 수 있게 플래그십 스토어 확장 전략을 썼다. 작년 말 종로 거리의 터줏대감이던 582㎡(약 176평) 규모 맥도날드가 할리스커피 건물로 바뀐 게 대표적이다. 이태원역, 부산 광안리점, 강릉항 마리나점, 인천 한옥마을점 등 랜드마크가 될 만한 곳에 직영 플래그십 매장을 늘렸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핵심 상권에서 본사가 직영하는 플래그십 매장이 생기면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 일반 가맹점으로도 낙수효과가 생긴다”며 “실제 플래그십 매장이 들어선 지역에서 가맹 요청이 늘었다”고 말했다. 현재 할리스커피 전체 매장 중 약 20% 수준인 100여 곳이 직영점으로, 2014년 대비 30곳가량 늘었다.
점포 수 아닌 ‘매장당 매출’에 집중
커피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고민은 매장당 매출이다. 가맹 모집을 하면 단기간에 점포가 늘어 외형은 커지지만 매장당 매출은 떨어진다. 할리스커피는 외형 대신 내실을 택했다. 매장 수를 매년 20% 수준으로, 20년간 574개만 늘렸다. 할리스의 영업이익률은 10%대다. 지난해 기준 스타벅스가 8.5%, 기타 커피 전문점이 5~6%대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높다.
할리스커피는 상권별로 인테리어 전략을 다르게 짰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을 끌어안았다. 학원가나 대학가에는 1인 좌석과 분리형 좌석을 늘리고 아예 칸막이까지 만들었다. 오피스 밀집 지역에는 회의 공간으로 쓸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을 마련했다. 이렇게 바꾼 매장은 매출이 평균 30%, 최대 140%까지 늘었다. 혼자 오는 고객들이 오래 머물며 커피뿐 아니라 샌드위치나 디저트 등까지 구매해 객단가가 올랐다.
할리스커피는 원두 연구개발(R&D)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09년 경기 용인에 자체 로스팅 공장을 설립했고, 2011년 한 차례 확장하면서 연간 1000t 이상의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부산 등 두 곳에서는 커피 아카데미를 운영해 바리스타 양성과 일반인 커피 교육도 하고 있다. 김유진 할리스커피 대표는 “100억원가량을 투자해 파주에 대규모 로스팅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스페셜티 원두로 커피를 즐기는 프리미엄 매장 ‘할리스 커피클럽’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이지훈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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