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전반의 생산성 높여야
획기적인 규제개혁과 중소기업·노동·정부재정 혁신 절실"
유병규 < 산업연구원 원장 >
새 정부는 경제 운영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장기간 심화되고 있는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가 수요 측면에서 일자리 중심과 소득주도 성장에 역점을 두고 있는 점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인상은 가장 대표적 방안들이다.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과 고용 안정은 소득 증가에 의한 소비 확대를 유발하고 이는 투자 증가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급속하고 과도한 비용 부담이 오히려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이다. 정규직 중심의 경직된 노동시장에서는 앞으로 추가 고용이 어려운 ‘고용절벽’ 현상마저 나타날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된다. 다행히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은 이에 대한 해결 방안도 담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 성장을 추구해 공급 측면에서도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새 경제 패러다임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경제 성장 능력을 확보하는 ‘쌍끌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 개혁과 기술 혁신 등으로 비용 증가를 능가할 정도로 생산성과 경쟁력이 올라가면 성장잠재력은 보다 확충된다. 더욱이 한국 경제는 산업화 과정에서 구축된 견고한 과거 제도와 관행을 변화된 경제·사회환경에 맞게 재구축하지 않으면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가 공급 측면에서 구상하고 있는 정책 중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분야가 4차 산업혁명 전략이다. 수요 부문에서 지속적인 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를 감내할 만한 경제·사회 전반의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느냐 여부는 4차 산업혁명 전략의 수립 내용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까닭이다. 산업과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과정과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급속한 과학기술 혁신 추세에 대응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공급체제를 설정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전략이다. 정부의 의욕적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4차 산업혁명 전략으로 얼마나 보완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의 정도가 결정될 것이다.
한국만이 유독 의미도 불명확한 4차 산업혁명에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은 정말 큰 오해다. 주요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에 대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단지 정책명이 각국의 형편과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를 뿐이다. 특히 미국, 독일, 일본, 중국과 같은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들이 경쟁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가 바로 기존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응을 가장 빠르게 실천하는 선두주자는 세계 제일의 혁신능력을 지닌 미국이다. 미국은 ‘스마트 아메리카 챌린지(Smart America Challenge)’ ‘메이킹 인 아메리카(Making in America)’ 전략 등을 통해 기업과 산업의 혁신력을 한층 높여 가고 있다. 독일도 일찌감치 ‘인더스트리 4.0’에 이어 ‘플랫폼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통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후발주자로서 보다 적극적이고 포괄적이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일본재흥전략’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등 경제·사회 문제의 근본 해결책을 이를 통해 마련하려는 것이다. 중국도 ‘중국 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정책 등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디지털경제에서는 한국 등을 앞서려는 야심찬 전략을 실현 중이다.
한국은 지대한 관심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실천 전략은 아직 구상 중이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국내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규제 개혁과 중소기업, 노동시장, 정부재정 혁신방안을 4차 산업혁명 전략의 핵심 내용으로 담아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안정체제를 구축하려면 공급 측면에서 제도 혁신을 통해 기존 수요체계에 미치는 충격파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가시화될 4차 산업혁명 전략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경제 개혁 방안은 배제하고 단기 성과주의 대책과 미래 특정 산업 육성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유병규 < 산업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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