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등 변수 생겨 핵폐기물 발생량 등 재검토
70억 들인 권고안 '없던 일'
박근혜 정권 때 20개월 가동…국회에 관련법도 제출했는데
[ 이태훈 기자 ]
정부가 2년 전 활동을 끝내고 결과물까지 도출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다시 운영하기로 했다. 20개월간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마련한 공론화위 권고안을 바탕으로 국회에 관련법까지 제출한 정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를 ‘없던 일’로 하는 게 옳으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2년 뒤 꽉 차기 때문에 공론화위를 다시 꾸릴 여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권 따라 바뀐 산업부 입장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 추진 여부와 향후 진행계획’에서 “올 하반기 공론화에 들어가 내년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기본계획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 등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고준위 방폐장을 짓기 위해 2013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20개월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를 운영했다. 산업부는 공론화위가 마련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지난해 5월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방폐장 부지를 2028년까지 선정해 2053년께 본격 가동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산업부는 이런 계획을 추진할 근거법인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법안’을 작년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산업부는 “일부 원전의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늦어도 2017년 상반기에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교체되자 산업부 의견이 공론화위 단계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탈(脫)원전으로 인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과 비용 등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장법은 “방폐장 부지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변화와 법안 내용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전 저장시설 포화되는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예전부터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진 공론화위 권고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류가 있었다. 당시 공론화위원은 15명이었고, 이 중 환경단체 출신이 3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탈원전 선언이 전제되지 않았다며 위원직을 사퇴했다. 고준위 방폐장법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이유도 민주당에서 환경단체들이 빠진 것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박근혜 정부 때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늦어질수록 고준위 방폐장 준공 시기는 연기된다”며 “다음 세대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를 다시 운영하겠다고 밝히며 산업부 스스로 방폐장 준공 시기를 뒤로 늦춘 꼴이 됐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된다. 하지만 용량에 한계가 있어서 월성 원전은 2019년, 한빛 원전과 고리 원전은 2024년에 저장시설이 포화된다.
◆탈원전 대응팀 출범
산업부는 이날 백운규 장관 직속의 ‘에너지전환 국민소통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국장급인 문신학 부이사관이 단장을 맡는다. TF는 18명으로 구성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략 등 에너지 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TF가 탈원전에 비판적인 학계 등에 대응하기 위해 꾸려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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