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많아도 단어로 맥락 파악
[ 노경목 기자 ]
올초에 ‘눈’을 달았던 LG전자 에어컨이 이제 ‘귀’와 ‘입’까지 달았다. LG전자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기능이 적용된 ‘인공지능 휘센 듀얼 스페셜 에어컨’을 출시한다고 9일 밝혔다. 음성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에어컨은 세계 최초다.
사용자가 “LG 휘센”이라고 부른 뒤 명령을 내리면 에어컨의 온도와 바람 세기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G 휘센, 이제 좀 추워”라고 말하면 에어컨은 “희망 온도를 높일까요”라고 묻는다. 사용자가 “1도만 높여줘”라고 하면 에어컨이 희망온도를 조정한 뒤 “26도로 높였습니다”고 반응하는 식이다. 또 “LG 휘센, 너무 덥다”고 말하면 에어컨이 “에어컨 가동을 시작할까요”라고 물어본다.
사용자의 발음이 부정확하더라도 입력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음성을 비교해가며 의미를 파악하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했다. 사용자가 특정 단어를 말한 뒤 에어컨을 조작하면 에어컨이 그 패턴을 학습해 이후에는 특정 단어를 언급하는 것만으로 알아서 움직인다.
LG전자는 올 1월 출시한 ‘휘센 듀얼 에어컨’에 사용자 위치를 인식하는 기능을 넣었다. 1주일 동안 수천 장의 사진을 찍어 이용자가 주로 머무는 공간을 파악한 뒤 그 공간을 중심으로 냉방하는 기능이다. 말을 알아듣는 기능이 추가되며 LG전자 에어컨에는 시각에 청각까지 더해졌다.
LG전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해왔다. “우리 집”이라고 말하면 집으로 전화가 걸리던 1997년 음성인식 휴대폰이 대표적이다. 정해진 단어 50개까지만 인식이 가능하던 음성인식 기술은 이후 20년간 발전해 에어컨 작동과 관련된 문장은 무엇이든 이해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경쟁사보다 먼저 자연어 인식 에어컨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누적된 음성인식 데이터의 힘이다. 에어컨은 작동 과정에서 소음과 진동을 낼 수밖에 없어 스마트폰에 비해 음성 인식률이 떨어진다. 스마트폰 G6에 들어간 음성인식 AI 구글 어시스턴트를 가전에 적용할 수 없는 이유다. LG전자는 좋지 않은 환경에서 가전 제품이 제한된 단어만 인식하고도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시제품으로 음성인식 에어컨을 내놓은 회사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인식률이 50% 이하로 떨어져 시장에 출시하지 못했다”며 “에어컨을 중심으로 LG전자의 AI 기술력이 발휘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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