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연일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 항의집회가 이어졌다. ‘밥그릇 문제’가 핵심이다. 각각 초등·중등교사가 될 교육대와 사범대학 학생들, 예비교사와 비정규 교사가 대립각을 세웠다. 교실과 강단을 비운 채 ‘이익집단’으로서 목소리만 낸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 교실·강단 박차고 거리로 나선 교육계
초등교사 임용규모 대폭 축소에 따른 ‘임용 대란’이 대표적이다. 지난 3일 전국 시·도교육청이 전년 대비 40%가량 임용 인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교대 학생과 교수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정부가 교원 수급정책 실패 책임을 지고 임용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사범대도 가세했다. 중등 예비교사들은 성명을 내고 “국어·영어·수학 교사는 평균 20~30대 1 경쟁률에 올해는 울산, 경북을 통틀어 국영수 과목 교사를 단 한 명 뽑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초등 임용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다. 최근 4년간 중등교사 임용시험 전국 평균경쟁률은 △2014학년도 7.72대 1 △2015학년도 8.56대 1 △2016학년도 9.39대 1 △2017학년도 10.73대 1로 해마다 뛰었다. 일부 교대생과 사범대생 간 갈등을 빚는 이유다.
전선은 비정규 교사와의 ‘제로섬 게임’으로 확대됐다. 교육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예비교사 T.O(정원)를 잡아먹을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스포츠전문강사 문제와 교사 T.O 감소는 관련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 8일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열면서 이러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반대편에서는 비정규 교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규직 전환 촉구 집회를 열어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빠진 기간제 교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방과후강사노조도 7일부터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고용안정, 처우개선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장밋빛 전망'만…정부가 문제 키웠다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가 도리어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사 수 증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구체적 실행책이 미처 뒷받침되지 않은 ‘장밋빛 미래’가 이익집단화를 부추겼다는 얘기다.
서울 소재 한 사범대 교수는 “정부가 ‘1수업 2교사제’ 실시, 교사 1인당 학생 수 하향 등을 목표로 내걸지 않았나. 이를 위해 교사 수를 1만5000~1만6000명 늘리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임용규모를 축소하니 예비교사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김상곤 부총리 취임 직후 기존 학교회계직원지원팀을 ‘교육분야고용안정총괄팀’으로 개편하며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았다.
국정과제에서 교원의 정치활동 참여를 허용키로 한 점 역시 영향을 끼쳤다. 김 부총리는 7일 전국교직원노조 소속 교사가 주축인 세월호·국정교과서 시국선언 참여 교사에 대한 선처를 법원과 검찰에 요청했다. 전교조는 교육부에게 고발 자체를 취하하라며 한층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이대로 가면 교단의 정치화, 이익집단화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작 조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임용 절벽’ 논란이 일자 서울시교육청은 “교원 수급정책의 최종결정 권한은 교육부에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 교육부도 “공무원 정원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원론만 되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김 부총리를 만나겠다고 했지만 아직 일정도 잡지 못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교대생들은 11일 서울역 앞에서, 사범대생들은 12일 청계천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기로 했다.
☞ 교실 비우고 연일 성명·항의집회…'제 몫 찾기'에 급급한 교육계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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