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 발표에 제약바이오 주(株)와 보험 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제약업종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종에는 자칫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업종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오면서 제약바이오 주와 보험 주의 주가 향방도 갈렸다.
◆비급여 품목도 급여로…제약업종에 긍정적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문재인 케어' 발표로 제약바이오 주 대부분이 동반 상승했다.
이날 오후 2시43분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유유제약은 전날보다 1750원(16.75%) 오른 1만22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영진약품, 신풍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도 각각 3.96%, 1.18%, 2.56%씩 오르고 있다.
전날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가 발표되면서 제약바이오주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케어의 주요 내용은 5년간 30조원을 들여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다.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초음파 등 건강보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진료항목 3800여 개를 급여화해 치료비의 10~80%를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특진비, 특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를 실질적으로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건보 보장률은 2015년 63.4%에서 2022년 70%로 높이고, 국민 1인당 평균 의료비 부담은 50만4000원에서 41만6000원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금융투자업계는 일단 이번 정책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있다. 건강보험 급여 확대로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면 의약품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비급여 의약품 등에 급여가 적용되면 국내 처방약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제약 업체들의 전반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항암제 등 일부 비급여 의약품들은 가격이 비싸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처방건수도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책으로 비급여 의약품들이 급여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매출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업체 중 치매치료제 개발 기업, 치과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더욱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앞으로 중증 치매환자의 본인부담률을 10%로 낮추기로 한만큼 치매 검사 및 치매 치료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임플란트와 틀니의 본인부담률도 50%에서 30%로 낮아졌다.
실제로 치매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 씨트리와 치료제를 개발 중인 메디포스트의 주가는 각각 6.35%와 3.59% 오르고 있다. 임플란트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와 덴티움도 모두 3% 이상 상승 중이다.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의약품을 개발하는 바이오업체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 새로운 의료기술이 비급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30조원 규모의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약가 인하 정책을 펼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정부 발표에서 약가인하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데다 추가 재정은 건강보험재정 적립금 등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밝혔다"며 "약가인하를 고려하더라도 급여확대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것"…높아진 정책 불확실성
반면 보험 주는 문재인 케어 발표에 날벼락을 맞았다. 이번 대책 발표로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 강도가 세질 것이란 전망이 보험업계와 주식시장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식에 현재 흥국화재는 전날보다 530원(7.46%) 내린 6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등은 모두 3% 이상 약세다.
정부는 전날 정책을 발표하면서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며 실손보험 대수술을 예고했다. 불필요한 의료 이용 유발과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도록 공·사보험 연계법 제정을 추진하고, 보건복지부, 금융위 등 협의체를 마련해 보장범위 조정 등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단 이번 정책은 단기적으로 보험사에 이익이다. 실손보험에서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이 줄어들면 그만큼 손해율 역시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 실손보험의 필요성이 줄어들면 시장 자체가 축소될 위험도 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보험금 감소로 실손손해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결국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것이기에 호재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실손보험은 확실히 정부 통제 범위로 들어가게 되고, 과거 자동차보험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개선되던 손해율이 시장 기대보다 높은 어느 수준에서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도 " 정부와 업계가 주장하는 실손보험 손해율 자체가 다르게 계산되는 등 향후 협의와 관련된 난항이 예상된다"고 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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