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있다는 이유만으로 '복지사각' 내몰렸던 빈곤층 국가가 부양"

입력 2017-08-10 18:49   수정 2017-08-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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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확대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부양의무자 제도 11월부터 단계적 폐지
노인·중증장애인 가구 '국가 부양' 확대
비수급 빈곤층 93만→3년후 33만명으로



[ 김일규 기자 ]
서울 청운효자동에 사는 문모씨(81)는 마땅한 벌이도, 재산도 없어 생계가 어렵지만 정부로부터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씨의 자녀 세 명 중 큰딸이 부양 능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큰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어린 아들이 장애인이어서 돈이 많이 들어간다.

이런 문씨도 오는 11월부터는 기초수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기초수급자를 선정할 때 본인 소득이 없어도 부양 능력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수급자에서 탈락시키는 ‘부양의무자 제도’를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자식한테 기대지 않게 …”

정부가 10일 발표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년)’은 문씨처럼 기초수급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을 수급자로 대거 포함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지만 기초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93만 명(2015년 기준)에 달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다.

정부는 이를 부양의무자 제도 탓으로 보고, 이 제도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우선 11월부터 수급자 또는 부양의무자 양쪽에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있으면 생계급여 및 의료급여(기준 중위소득의 30% 및 40% 이하 대상)를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부양의무자는 소득·재산 하위 70%에 해당해야 한다.

2019년 1월부터는 수급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소득 하위 70%)이 있다면 수급자에게 생계·의료급여를 지급한다. 2022년 1월에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소득 하위 70%)만 있어도 생계·의료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기초생활급여 중 기준 중위소득의 43% 이하인 가구에 지급하는 주거급여에 대해선 내년 10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아예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주거비용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부양의무자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비율은 2022년 10월부터 완화한다.


◆2022년까지 10조원 들 듯

부양의무자 제도 단계적 폐지에 따라 생계급여 신규 수급자는 2020년까지 3만5000명, 의료급여 수급자는 7만 명 늘어난다. 주거급여의 경우 90만 명이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전체 기초수급자는 163만 명(103만 가구)에서 2020년 252만 명(161만 가구)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인구 대비로는 3.2%에서 4.8%로 늘어나는 셈이다.

자연스레 비수급 빈곤층은 줄어든다. 정부는 비수급 빈곤층이 93만 명에서 2020년 33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초연금 인상(2018년 25만원, 2021년 30만원)과 부양의무자의 재산 기준 완화(2022년) 효과까지 더하면 2022년에는 비수급 빈곤층이 20만 명으로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를 위해선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는 2020년까지 4조3000억원, 2022년까지는 9조5000억원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병준 복지부 복지정책관은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저소득층이 참여하는 자활일자리를 늘리고, 자활급여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빈곤 탈출을 위한 사다리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자활일자리는 2016년 5만 개에서 2020년 5만7000개로 7000개 늘리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기초생활수급자

소득 인정액이 중위소득 30~50% 이하로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람을 말한다. 생활비 지원은 생계급여(중위소득 30% 이하)·의료급여(40% 이하)·주거급여(43% 이하)·교육급여(50% 이하) 등 네 분야로 나눠 이뤄진다. 지원액은 소득·장애 정도 등에 따라 다르다. 2000년 10월부터 시행됐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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