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눈' 센서 만드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 인수
데이터 처리 속도 높이는 인텔 고성능 컴퓨팅 기술과 시너지
자동차-데이터센터 클라우드로 연결
사람이 운전에 전혀 관여 안 해
[ 추가영 기자 ]
‘반도체 거인’ 미국의 인텔이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인텔은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모빌아이 지분 84% 인수를 완료하고, 올해 안에 사람이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자동차를 100대 생산해 미국 이스라엘 등 세계 각지에서 시험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통큰 베팅’ 성과 내나
인텔은 100대의 완전자율주행차가 미국자동차기술협회(SAE) 기준으로 4단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SAE의 다섯 단계 구분에 따르면 4단계는 사람의 제어가 필요없는 단계, 5단계는 운전자가 타지 않고 움직이는 무인자동차를 가리킨다.
인텔이 내놓을 완전자율주행차는 미국 애리조나주를 시작으로 해 이스라엘 예루살렘 등에서 시험운행을 거칠 계획이다. 암논 사슈아 모빌아이 공동창업자는 “지역마다 주행 스타일과 도로조건 및 특징이 다르다”며 “우리 목표는 어디에나 제공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 3월 모빌아이를 153억달러(약 17조5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인텔과 모빌아이는 독일 자동차기업 BMW의 자율주행차 개발 협력사이기도 하다. 두 회사는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첨단차량연구소를 공개했다. BMW, 미국 부품업체 델파이, 스웨덴 통신업체 에릭슨 등과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2021년까지 상용화할 것”
인텔의 꿈은 자사의 고성능 컴퓨팅 노하우와 모빌아이의 컴퓨터 비전, 센서, 매핑(지도 제작) 기술을 결합해 완전자율주행차를 실현하는 것이다. 차량과 데이터센터 연결시스템(인텔 고)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보기술(IT) 전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마이크 램지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자율주행차의 모든 부분에 큰 족적을 남겼다”며 “인텔은 컴퓨터 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에 모빌아이의 센서 기술을 더해 정보처리와 매핑 능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인텔과 모빌아이, BMW 연합은 2021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시장은 2035년 8000억달러, 2050년까지 7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하지 않는 기업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칩 분야에서 인텔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대만계 컴퓨터그래픽카드(GPU) 제조업체 엔비디아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손잡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GPU는 데이터를 병렬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에 널리 쓰인다.
◆“데이터가 자율주행차의 연료”
인텔은 엔비디아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해 AI 스타트업 너바나를 인수해 데이터 분석 및 처리 능력을 높였다. 인텔이 과감한 투자 전략으로 CPU 제조에서 데이터분석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차에 넣을 새로운 연료는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는 매일 평균 4000기가바이트()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텔의 발표에 구글 자율주행차 부문 자회사 웨이모는 긴장하고 있다. 구글은 2009년 자율주행차 연구에 뛰어들어 세계 최초로 4단계 혹은 5단계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 주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비밀연구 조직 ‘X’에서 웨이모를 독립시키면서 시장은 구글이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 단계에 가장 근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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