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뇌에 스위치를 켜다
미국인 존 엘더 로빈슨은 자폐성장애질환인 아스퍼거 증후군 때문에 40년간 타인의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다른 이들을 무시하거나 오해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2008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이끄는 경두개자기자극술(TMS) 연구 실험에 참여하면서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비로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성을 갖게 된 것이다.
《뇌에 스위치를 켜다》는 로빈슨이 실험에 참여하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직접 쓴 체험 수기다. 실험 결과로 뇌의 스위치가 켜진 저자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고, 아침 식사 때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버스 사고 기사를 읽다가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상대의 목소리에 웃음이 묻어나는 것을 알아차리거나 낯선 이의 눈에 슬픔이 가득한 것도 볼 수 있게 됐다.
예기치 못한 부작용도 생겼다. 그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지면서 기존의 인간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결혼 생활에도 문제가 생겼다. 급격한 감정적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면서, 자폐로 인한 예민한 감각 등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점점 심해졌다.
TMS 치료법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로빈슨의 사례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로빈슨만의 독특한 경험에 기반한 이 책은 자폐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아스퍼거는 질병이 아니라 그저 삶의 방식”이라며 “다만 삶에서 가장 큰 고통을 안겨줬던 ‘사회적 무감각’만 완화시킨다면 앞으로 ‘최고의 나’로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이현정 옮김, 동아엠앤비, 448쪽, 1만8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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