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리 몸 지키는 '숨은 영웅' 39조 마리 미생물

입력 2017-08-10 20:26   수정 2017-08-11 05:36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에드 용 지음 /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504쪽 │ 1만9800원



[ 김희경 기자 ] “당신의 입안에 미생물 군단이 가득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질병이 있다는 의미로 들려 깜짝 놀랄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미생물을 질병, 죽음과 연결지어 왔다. 이런 생각이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미생물은 그러나 인류를 마냥 위협하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자신만의 미생물 군집을 갖고 있다. 미생물은 동식물과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생태계를 움직이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인간의 신체엔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39조 마리에 달하는 미생물이 있다. 그러니 당신의 입안에도 당연히 미생물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의 몸과 일생 전반에 걸쳐,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생물들을 소개하고 이들과의 공생을 제안한다. 저자는 네이처, 뉴욕타임스 등에 과학 칼럼 등을 연재하고 있는 과학 저널리스트 에드 용이다.

그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동물행동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우리의 생물학에서 미생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한 군데도 없다”며 “만약 그들을 무시한다면 결국 우리는 열쇠 구멍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미생물이 전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세균들이 없어지면서 모든 감염병이 사라질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소나 양 같은 초식동물들은 식물의 섬유질을 분해하는 장내 미생물이 없어져 굶어 죽게 된다. 세균을 통해 에너지를 조달하는 해양생물도 사라지게 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는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인체의 노폐물이 분해되지 않을 것이다. 동물과 농작물이 모두 사라지면서 먹이사슬도 붕괴되기 때문에 인류도 결국 완벽한 붕괴에 직면할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일부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이제 인간은 미생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길을 가고 있다.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유익한 세균 조합인 프로바이오틱스, 유익한 미생물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영양소 패키지인 프리바이오틱스, 한 사람의 미생물 군집을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대변 미생물총 이식술’ 등엔 이 같은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외로운 섬’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서 뇌와 유전체의 지휘 아래 ‘하나의 팀’을 이뤄 삶을 영위한다”며 “자연계의 모든 생명활동은 이 같은 환상적인 팀플레이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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