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구조를 활용해 창업…부담 적어 공급 증가 추세
서울 성동구 지하철 2호선 뚝섬역 인근에 위치한 한 빌라. 지은 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집 분위기와 달리 거실에는 빈티지 느낌의 나무박스로 된 소파가 자리했다. 천장에는 커피 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인테리어 조명이 설치돼 제법 분위기 있는 거실 느낌을 준다.
"여자 5명이 같이 살고 있어요. 함께 쓰는 거실, 부엌, 화장실은 각자 하나씩 맡아 청소합니다. 한 주에 한 번 청소 상황을 검사하면서 집 관리를 하고 있죠."
6개월 전부터 이 빌라에 살고 있는 한양대생 정서영 씨(22)의 말이다. 거실, 부엌, 화장실에 방 4개가 갖춰진 전용면적 97.41㎡(약 29.5평) 규모다. 이곳은 셰어하우스'우주(woozoo)' 21호점. 셰어하우스란 개인 공간은 따로 쓰고 공용공간은 함께 사용하는 거주 방식이다.
정 씨는 "학교와의 거리가 도보 20분 정도로 멀지 않다"며 "셰어하우스 업체에서 정기적으로 청소, 방역을 해줘 생활이 편리하다. 가급적 졸업할 때까지 거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도보 10분 거리의 한 아파트에도 최근 셰어하우스가 들어섰다. 남성 전용으로 화장실 2개, 방 3개가 갖춰져 있으며 최대 4명이 입주할 수 있다. 이곳에 사는 서울대생 엄현식 씨(21)는 "이따금 함께 부엌에서 요리해 먹기도 한다. 혼자 자취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새롭다"고 말했다.
군 입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엄 씨는 6개월 단기 거주가 가능한 셰어하우스에 입주했다. 언제 입대할지 정확치 않아서다. 얼마 안 되는 의류와 생필품만 갖고 입주했다. 셰어하우스에 소파, 에어컨, 냉장고,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등 웬만한 가전·가구가 갖춰진 덕분이다.
지난 8일 실제로 가본 셰어하우스 우주 57호점은 화장실 2개, 방 4개가 갖춰진 대형 아파트였다. 1994년 첫 입주한 다소 오래된 아파트지만 내부는 의외로 깔끔하게 인테리어를 마친 상태였다.
최근 지어진 집과 달리 방보다는 공용공간인 거실과 부엌 등이 넓은 편이었다. 가장 큰 방은 3인실로 인원수에 맞는 침대와 책걸상이 놓여있었다. 수납공간과 여러 명이 사용 가능한 대형 냉장고도 보였다.
이처럼 대부분 셰어하우스는 가전과 가구 등이 갖춰져 있어 추가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몇몇 셰어하우스는 간단한 시리얼, 주방세제, 휴지까지 제공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유행하던 셰어하우스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셰어하우스 검색 포털 컴앤스테이에 따르면 2015년 말 전국 기준 총 62곳, 침대 수 494개였던 셰어하우스는 올해 1분기 154곳, 침대 수 1187개로 증가했다.
역세권 아파트나 빌라를 셰어하우스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 문제에 민감한 여성들 중심으로 수요가 있다. 셰어하우스 스타트업 코티에이블은 서울 시내 10개 대학 인근에 18곳의 아파트, 빌라를 임대해 셰어하우스 '에이블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안혜린 코티에이블 대표는 "원룸·오피스텔에 혼자 자취하는 것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 관심을 갖는 학생·학부모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셰어하우스는 대부분 99~132㎡(30~40평)대 넓은 아파트나 빌라에 거주할 수 있어 원룸, 오피스텔보다 주거환경이 쾌적한 편이다. 주로 역세권에 있고 보증금과 계약기간 부담이 크지 않은 점이 장점이다. 6개월 단위 계약이 많고 보증금도 월세 2배 수준을 받는 곳이 많다. 정 씨가 거주하는 1인실은 월세 42만 원에 각종 공과금 6만원을 더해 매월 48만 원이 주거비로 지출된다. 이 경우 보증금은 96만 원이 된다.
학생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요인이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다방'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학들이 밀집한 서울 신촌의 원룸 평균 시세는 보증금 1511만 원에 월세 50만 원 정도다. 월세는 비슷하지만 셰어하우스 보증금 부담이 훨씬 덜한 것이다.
공용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셰어하우스 관계자는 "청소 분담 등으로 입주자 간에 불화를 빚은 경우도 있지만 따로 관여하지는 않는다"면서 "입주 기간이 짧아 대부분 조금 참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창업 부담이 크지 않은 점도 셰어하우스 증가 요인이다.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아도 전세로 집을 빌려 월세로 전환하는 전대구조를 활용하면 된다. 3~5년간 전대차 거래(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 임대)를 통해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셰어하우스 검색 플랫폼 '셰어킴'을 운영 중인 유재영 알이엠M2K 대표는 "개인이 위탁업체를 통해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수료 등 각종 비용과 수익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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