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시장 4분기 더 좋아질 듯
하림 품에 안긴 뒤 신용등급↑…곡물 수송 신사업도 '순항'
[ 박재원 기자 ]
“벌크선 운임이 바닥일 때 팬오션을 인수했다. ‘승자의 저주’ 논란은 기업의 겉만 본 것이다.”
2015년 6월 당시 1조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국내 1위 벌크선사 팬오션을 인수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질문에 이같이 반박했다. 비싼 가격으로 인수한 팬오션이 하림의 경영까지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살아나는 벌크선 시장
팬오션은 오는 1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전문가들은 약 4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예상대로 나오면 팬오션은 14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이달 들어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만 2년이 된 팬오션이 인수 당시 우려를 불식시키고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호조의 원인은 안정된 운임에 있다. 이달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평균 1020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1만포인트를 돌파한 2007년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300포인트까지 추락했던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 팬오션 인수 당시와 비교해도 두 배로 올랐다. 추성엽 팬오션 사장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BDI가 팬오션 실적을 가늠하는 유일한 바로미터는 아니지만 벌크선 1위 기업으로선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보고 있다. 올 1분기 팬오션 매출 가운데 벌크선 비중은 78%에 달한다.
◆4분기 이후 운임 더 오를 전망
시장이 살아나면서 팬오션은 올초 한진해운 선박 2척을 인수해 총 81척의 사선(자체 보유선박)을 확보했다. 용선까지 포함하면 총 220~230척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다. 올 들어 30척 가까이 늘었다.
팬오션은 2020년까지 5척의 새 선박을 추가로 인도받게 된다. 벌크선 운임도 4분기 이후 더 오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선박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공급은 1%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수요는 3%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센터장은 “벌크선 시장이 중국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목표치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카길’ 꿈꾼다
팬오션은 벌크 중심에서 곡물유통 등으로 새로운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수송한 곡물은 총 100만t이다. 올해는 이보다 20~30% 많은 수송량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출 비중도 2015년 1%에서 지난해 13%(2347억원)로 급증했다. 추 사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그룹 내에서 발생하는 곡물 수요에 힘입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림은 국내에서 세계 최대 곡물유통기업인 카길의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무 안정성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분기 팬오션 신용평가 등급을 A-(안정적)로 한 단계 높였다. 팬오션이 A등급으로 올라선 것은 4년 만이다. 2012년 말 A-에서 BBB+로 하향 조정된 이후 수차례 추락한 끝에 투자부적격인 D등급까지 떨어졌었다. 업계 관계자는 “50년간 세 번이나 주인이 바뀌며 기구한 운명을 맞았던 팬오션이지만 하림 인수 이후 사업 경쟁력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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