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정책심의위원회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초안'
신재생 비중 2030년 20%까지 높인다는데 …
기상악화 때 대체설비 구체적으로 제시 안해
[ 이태훈 기자 ]
민관으로 구성된 전력정책심의위원회가 발전설비 예비율 적정 기준을 22%에서 최대 2%포인트 낮추겠다고 발표하자 “탈(脫)원전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발전설비 예비율이 2%포인트 낮아지면 일반적으로 2기가와트(GW) 용량의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된다. 1GW는 발전소 1기 용량이다.
날씨에 따라 가동되지 않는 날이 많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 방침인데 발전설비 예비율을 낮추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9·15 사태 후 올린 예비율
발전설비 예비율은 전력 수요가 최대일 때도 가동하지 않고 예비로 남겨두는 발전설비 비중을 뜻한다. 발전설비 예비율 적정 기준이 20%라면 전력 최대 수요가 100GW일 때 전력 설비는 120GW만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력정책심의위원회는 2030년 적정 발전설비 예비율을 최대 2%포인트 하향한 것에 대해 “탈원전 정책으로 전체 발전원 구성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의위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은 예방정비와 고장 정지 등으로 1년의 약 12%인 44일 동안 가동이 정지되지만, 발전용량이 큰 원전은 1년의 약 20%인 76일 동안 가동이 정지된다”고 했다. 원전이 가동 정지될 상황에 대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예비율이 LNG보다 많기 때문에 원전을 덜 지으면 예비 발전소가 감소하고 필요 예비율도 낮아진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발전설비 예비율을 낮추면 전력 수요가 갑작스럽게 증가하거나 발전기 다수가 정지하는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2010년 5차 수급계획에서 예비율을 18%로 2%포인트 낮췄다가 2011년 9월15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터지자 이를 다시 22%로 상향했다.
◆유럽은 예비율 100% 넘는데
문재인 정부는 가동률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41%인 독일은 전력설비 예비율이 131%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각각 28%와 26%인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예비율이 175%, 136%다. 풍력과 태양광은 날씨에 따라 가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재생 비중이 높은 유럽 국가는 대부분 대규모 예비설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심의위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계산에 넣었지만 전력설비 예비율은 낮춰도 된다고 주장했다. 김진우 전력정책심의위원장(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교수)은 ‘기상여건이 악화되면 신재생발전을 대체할 설비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양수발전과 같은 것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런 백업 설비들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이라며 “간헐성을 메울 전원에 대해 정책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설비 예비율이 100%가 넘는 일부 유럽국가는 전력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놀고 있는 발전설비가 과도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태양광·풍력으로 42GW 생산?
심의위는 2030년까지 신재생 비중을 20%로 올리려면 올해 17.2GW 수준인 신재생 발전량이 2030년 62.6GW까지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재생 발전량 17.2GW 중 태양광과 풍력은 7GW이고, 나머지 10.2GW는 폐기물이나 바이오매스 발전이다.
심의위는 2030년에는 신재생 62.6GW 중 48.6GW를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양광과 풍력이 지금보다 41.6GW 늘어난다는 것이다. 41.6GW를 태양광만으로 생산하려면 여의도 면적의 631배, 풍력으로만 생산하려면 여의도 면적의 2898배 땅이 필요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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