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근호 기자 ] 1933년 양자역학을 새롭게 재정립한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에르빈 슈뢰딩거. 하지만 그 스스로는 ‘입자가 일정한 공간 안에서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는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1935년 이를 비판하며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고(思考) 실험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상자 안에는 시간당 50%의 확률로 붕괴하는 원자핵이 있다. 이 원자핵이 붕괴하면 망치가 작동해 유독성 가스가 든 유리병을 깨뜨린다. 한 시간 뒤에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 죽었을까.
정통 양자역학 학자들은 고양이가 살아 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돼 있다고 했다.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상태라는 것이다. 반면 슈뢰딩거는 “고양이가 죽었든지 살았든지 해야지, 고양이가 죽었으면서 살아 있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양자역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고전물리학의 시각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던 셈이다.
슈뢰딩거는 1887년 8월12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시절 빈에서 태어났다. 올해가 탄생 130주년이다. 생물학에도 관심이 많아 1944년 《생명이란 무엇인가》란 책을 썼다.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이 이 책을 보고 유전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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