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만에 '통화' 공개한 청와대
"단계별 조치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덧붙일 수 없다"
'침묵' 지키는 문재인 대통령, 8·15광복절 대북 메시지 주목
강경론 주문하는 보수야당 "군 데프콘3 즉각 발동해야"
[ 손성태 기자 ] 북한과 미국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극한 대치 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1일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오전 8시부터 40분간 통화하고 북한의 도발과 긴장 고조 행위로 인한 최근의 한반도 및 주변 안보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에 관해 협의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양측은 양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취해나갈 단계별 조치에 대해 긴밀하고 투명하게 공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이 미국 측 카운트파트인 맥매스터 보좌관과 접촉 사실을 공개한 것은 지난 3일에 이어 8일 만이다. 3일 정 실장은 맥매스터 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과 3자 화상회의를 통해 북한 도발 문제를 협의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위기 상황과 관련해 정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의 접촉 빈도가 적고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에 “오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는 게 다른 날 통화를 안 했다는 것은 아니다”며 “양국은 수시로 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이 재확인한 ‘단계별 조치’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도 덧붙일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일촉즉발의 ‘말폭탄’을 주고받는 상황과 관련, 8·15 광복절을 전후로 독자적인 대북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북·미 간 직접 미사일을 쏘는 상황이 아니고 말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사태 진전을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현재는 북·미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게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가장 적절한 대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통령께서 북한 도발이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8·15 경축사에 어떤 수준의 메시지를 담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은 대북 강경론을 주문하면서 문 대통령과 정부의 최근 대응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차하면 한반도에 전쟁이 날 수 있다고 세계 최강국인 미국 대통령이 말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청와대의 반응을 보면 강 건너 불구경도 유분수다.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데프콘3를 즉각 발동해야 한다”며 “지금 한반도에는 전쟁이 임박해 있다. 괌에 4발 포위 사격을 한다는 것은 북한 미사일의 정밀도를 감안할 때 괌에 폭격한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은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대를 잡고 싶어도 문재인 정부는 운전석은커녕 자동차에 올라타지도 못하는 형편”이라며 “김정은의 오판을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확실하게 응징한다는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회 국방위는 오는 14일 국방부로부터 최근 안보 현안과 관련해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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