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가 지났지만 찜통더위는 계속되고 있다. 무더위에 습도도 높아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기 쉬운 시기다. 에어컨을 틀거나 늦은 밤 시원한 맥주 등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천식 등 호흡기 질환자나 심장질환을 앓는 만성질환자 등은 주의해야 한다. 더위를 피하는 데에만 신경 쓰다간 질환이 악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호흡기, 심혈관 질환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의 여름철 건강수칙을 알아봤다.
호흡기 질환자, 외출할 때 마스크 착용 도움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려고 시원한 멀티플렉스 등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에어컨을 틀어둔 실내에만 머무르는 사람도 많다.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이 같은 환경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등에 의해 면역 반응이 심해지는 질환이다. 코막힘, 맑은 콧물, 발작적인 재채기 등이 주 증상이다. 눈 주위와 콧속, 피부 등이 가려울 때도 있다. 평소 피로를 많이 느끼거나 찬바람에 노출됐을 때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체내 저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많이 나타날 수 있다.
기관지 천식은 공기가 통과하는 통로인 기도에 만성 염증이 생겨 기도 벽이 부어오르는 질환이다. 기도 속으로 점액 분비물이 많이 방출돼 기도가 좁아지거나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관지 천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는 감기다.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대기오염, 담배 연기, 기후변화 등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때문에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천식 환자는 숨을 내쉴 때 쌕쌕하는 소리가 나고 기침, 호흡곤란 등을 호소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부신피질호르몬 스프레이를 코에 직접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 치료약물은 기관지 확장제, 항염증제(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가 있다”며 “국소적으로 작용해 전신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흡입제 형태 약물이 많이 사용된다”고 했다.
천식 환자는 외출할 때 속효성 발작 치료제를 지참해 응급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에어컨의 건조하고 찬 공기는 천식 발작을 일으키거나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기관지 등이 자극되지 않도록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려 주는 것이 좋다. 주변 환경을 청결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는 이불 베개 등은 자주 세탁하고 햇볕에 말려야 한다.
만성질환자 건강 해치는 냉방병
만성질환자들은 여름철 냉방병도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냉방으로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도한 온도 차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긴다”며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신체 균형도 깨진다”고 했다. 이로 인해 피로, 감기, 소화불량, 두통, 권태감, 졸음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노인은 안면신경마비 등 근육마비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심폐질환, 관절염,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는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냉방병은 과도한 냉방 때문에 실내외 온도차가 클 때 발생하기 쉽다. 머리가 맑지 않고 감기 기운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두통 외에 오한 발열 등의 전신 증상, 기침 등 호흡기 증상, 소화 장애 등 위장 증상, 안구건조증, 피부 트러블도 호소할 수 있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환기하지 않아 유해물질이 쌓이거나 레지오넬라 등의 세균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지속적인 냉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냉방시간을 줄여야 한다. 에어컨을 가동한다면 적어도 2~3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야 한다. 5도 내외의 온도변화에는 인체가 조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실내외 온도차는 5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더워도 온도차가 8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에어컨에서 나오는 한기가 직접 신체에 닿는 것은 삼가야 한다. 냉방병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가급적 냉방 장치에서 떨어져 몸을 서서히 실내기온에 적응시켜야 한다. 체온 변화가 심하지 않도록 카디건이나 얇은 겉옷, 무릎 담요 등을 가지고 다니며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에어컨 필터도 자주 교환해야 한다.
열대야에 수면 건강도 챙겨야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사람도 많다. 무더위가 밤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잠을 잘 자려면 빛이 줄고 체온이 떨어져야 하지만 여름에는 그렇지 않다. 더위를 이기려고 늦은 밤에 수박이나 음료, 맥주 등을 섭취하는 사람도 많다. 수면 중 소변이 마려워 자주 깨기도 한다. 열대야는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하루 평균 기온이 25도 이상이고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인 무더운 여름에 열대야가 많다. 열대야일 때는 밤에도 기온과 습도가 높아 선풍기나 부채만으로는 더위를 쫓기 어렵다. 숙면을 취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더위를 쫓으려고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맥주를 마실 때는 시원해져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지만 이뇨작용에 의해 탈수 현상이 나타난다. 갈증이 심해져 물을 계속 찾게 된다. 맥주로 갈증을 해결하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음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탈수증상이 심해지면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전해질 불균형이 생긴다. 근육 경련, 두통,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무더위에 갈증이 심하다면 생수를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술을 마셔야 한다면 소량으로 제한하고 과일 안주를 곁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음이나 과식을 한 다음날에는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신진대사를 빠르게 해 체내 독소와 염분을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얼음을 넣은 찬 음식을 먹거나 지나치게 찬물로 샤워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잠자는 공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잠을 자기 어렵다. 침실 온도와 습도는 수면에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수면에 적정한 온도는 18~22도 정도다. 하지만 여름철에 이 정도 실내온도를 유지하려고 에어컨을 틀면 너무 추울 수 있다. 여름에는 24~26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습하고 더울 때는 선풍기나 에어컨을 밤새도록 켜놓는 사람이 많다”며 “습도가 너무 떨어지면 호흡기가 건조해져 감기에 걸리기 쉽다”고 했다. 그는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 호흡기 질환자는 밤 시간대에 냉방기를 사용할 때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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