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서 마시는 칭다오 맥주…야시장·꼬치 거리서 해산물 '식도락'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떠나기에 칭다오만큼 좋은 도시도 없다. 1시간30분만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면 푸른 바다를 보며 시원한 칭다오 맥주를 원없이 들이켤 수 있으니 말이다. 칭다오에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예상보다 훨씬 이국적인 풍경에 놀랄 것이다. 골목을 거닐면 독일의 어느 소도시에 온 듯하고, 해변을 거닐 땐 시드니나 샌프란시스코가 절로 떠오른다. 칭다오에는 잘 가꾼 항구 도시에서만 느껴지는 진짜 여유가 있다. 칭다오의 관광지는 모두 기차역에서 시작되는 바닷가에 모여있다. 여기서부터 스라오런(石老人) 해수욕장까지 약 36㎞에 달하는 해안 산책로가 길게 이어진다. 사이사이에 해수욕장과 해안공원, 걸어서 들어가는 작은 섬, 요트항이 자리 잡고 있고, 지중해풍의 예쁜 펜션도 많다. 칭다오를 여름 휴양지로 추천하는 이유는 쾌적하기 때문이다.
걷기 좋은 해안 둘레길
칭다오 올림픽 요트 경기장은 여유로운 휴양지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요트 경기가 열린 곳인데, 지금은 관광 요트와 유람선이 오가는 선착장으로 바뀌었다. 바다 위에 점점이 뜬 요트를 보며 부드러운 미풍을 맞으면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같은 신대륙의 미항이 절로 떠오른다. 조용하고 한가로워서 한껏 게을러지고 싶어진다.
정박 중인 요트에서는 요란한 풍경이 펼쳐진다.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요트 위에서 노랑 보라 빨강 등 색색 드레스 자락이 휘날리는 장면이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알고 보니 예비 신랑신부가 웨딩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화려한 원색 예복을 입고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모습은 이색적인 볼거리였다.
요트 경기장에서 남쪽으로 걸어서 5분이면 5·4광장에 닿는다. 이곳에선 붉은 회오리바람이 요동친다. 항일운동이자 반봉건운동인 5·4운동을 기리는 ‘오월의 바람(五月的風)’ 조각상이다. 저녁이면 조명을 받아 마치 성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붉은색과 회오리의 역동성이 중국다움을 잘 표현한 덕분에 칭다오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 주변은 해변 광장이라 쉬어가기도 좋다. 우리가 한강에서 열대야를 나듯 칭다오 시민들은 여름밤 5·4광장에 나와 더위를 식힌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해안 산책로를 따라 10㎞ 정도 가면 유명한 잔교(棧橋)가 나온다. 440m 길이 다리 위에 황금색 지붕을 인 2층 누각이다. 칭다오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잔교의 이미지는 어딘가 익숙할 것이다. 칭다오 맥주병에 박힌 로고 이미지가 이 다리이기 때문이다. 잔교는 100년 세월을 품은 역사적 건축물임에도 사실 이렇다 할 감흥을 주진 않는다. 하지만 칭다오를 대표하는 오래된 랜드마크라 여행객들은 순례하듯 이곳을 찾는다.
프랑스 니스만큼 아름다운 전경
칭다오만의 독특한 풍광은 빨강과 파랑의 강렬한 대비다. 바닷가 야트막한 언덕에만 올라도 붉은 독일식 지붕과 파란 바다가 이루는 색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야 선명하게 느껴지는데, 가장 적당한 곳이 신하오산(信號山)이다. 계단과 흙길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산길을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빨간 버섯 모양의 기이한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이 신하오산 전망대다. 바닥이 360도 회전하는 구조라 가만히 앉아있어도 칭다오의 도시 전경이 두루두루 보인다. 독일 고딕 교회의 전형인 성당, 독일 총독이 머물렀던 영빈관도 코앞에 보이고, 해 질 녘에는 도시가 온통 붉은 석양에 잠긴 모습도 볼 수 있다. 야외로 나가서 본 칭다오의 풍경은 마치 엽서에서 본 프랑스 남부 해안 도시 니스 같기도 했다.
신하오산에서 영빈관을 지나 남문으로 나오면 가로수가 울창한 한갓진 도로가 나온다. 여기서 중국의 대표적 현대소설가인 라오서의 고택 방향으로 걸어보자. 마치 유럽 어딘가 이름 없는 마을에라도 온 듯 파스텔 톤의 건물, 예쁜 카페와 바가 군데군데 흩어져있다. 아기자기한 벽화로 그려진 ‘래인 카페(Lane Cafe)’,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로스팅 커피가 일품인 ‘커피공간’은 그중 잘 알려진 곳. 카페들은 드문드문 칭다오 해양대 앞까지 이어진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라오서 고택도 방문해보자. 라오서의 원래 고향은 베이징이다. 칭다오의 옛집에서는 1935년 겨울부터 1937년 여름까지 머물렀다. 비록 짧게 머문 거처지만 이 집에서 대작인 《낙타샹즈》를 썼다.
칭다오의 유럽풍 건물들은 모두 1897년 칭다오가 독일 조차지가 되면서 세워진 것들이다. ‘바다관(八大關) 풍경구’는 이 건물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1920년대부터 조성된 고급 별장 단지로, 제2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러시아 등 20여개 국가의 건축 양식이 모여있다. 러시아 건축가가 지은 화스러우(花石樓), 덴마크 공주를 위해 지은 궁주러우(公主樓)는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에메랄드빛 궁주러우는 현재 안데르센 동화를 테마로 한 작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바닷가에 있는 화스러우는 러시아인이 건축했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개방하고 있다.
꼬치 거리와 야시장 돌며 맥주투어
오직 맥주를 마시러 칭다오에 가는 사람도 있다. 중국 맥주의 대명사인 칭다오 맥주를 원산지에서 맛보는 특별한 경험을 위해서다. 맥주 마니아에게 1순위 코스는 다름 아닌 칭다오 맥주 박물관이다. 2003년 칭다오 맥주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전시관인데, 칭다오 맥주의 역사와 변천사를 꼼꼼하게 전시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시 위주의 A관을 지나 공장에서 갓 뽑아낸 원액 맥주를 마실 수 있는 B관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전시가 끝나는 곳에 바처럼 꾸민 공간이 나오는데, 여기서 박물관 티켓을 내면 맥주 두 잔과 땅콩 안주를 준다. 한 잔은 생맥주, 한 잔은 원액 맥주다. 원액 맥주는 여과를 거치지 않아서 쓴맛이 강하고 독하다. 웬만한 애주가가 아니면 몇 모금 마시기 힘들다. 대신 생맥주를 기분 좋게 들이켰다. 확실히 그동안 마신 캔맥주에 비해 훨씬 진하고 청량감이 강하다.
맥주 한 잔이 아쉬워 입맛을 다시며 박물관을 나서니 기다렸다는 듯 맥주집들이 보인다. 박물관 바로 앞이 맥주 거리라니 상술인가 싶으면서도 반갑다. 반전은 칭다오의 맥주집에서는 양꼬치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칭다오는 해안 도시인 만큼 대부분 안주로 해산물을 먹는다. 맥주집에서 원하는 해산물을 고르면 굽거나 볶아서 조리해준다. 맥주거리 식당에서 최고 안주는 매콤한 바지락 볶음이다. 바지락에 빨간 건고추와 마늘, 파, 간장을 넣고 볶은 요리로 양도 푸짐하다.
2차는 타이둥루(台東路) 야시장이나 피차이위안(劈柴院) 꼬치거리가 어떨까. 타이둥루는 칭다오의 명동이라 불리는 거리다. 해가 지면 이곳에는 천막이 서고, 좌판이 열린다. 청바지, 속옷, 액세서리, 이불, 전자제품까지 없는 게 없는 중국식 야시장이다. 야시장 뒤쪽에 포장마차가 있는데 꼬치와 볶음 요리, 국수 등 다양한 메뉴를 골라가며 맛볼 수 있고 생각보다 맛도 좋다. 피차이위안 꼬치거리는 1902년부터 100년 넘게 칭다오의 먹자거리를 대표해온 곳이다. 좁은 골목에 좌판을 내놓고, 온갖 음식을 튀기고 볶고 쪄서 판다. 팔뚝만 한 오징어 구이부터 새우 꼬치, 상하이식 군만두, 파인애플밥, 각종 국수와 옛날 요구르트까지 하나하나 먹다 보면 금세 배가 부르다.
여행 정보
인천~칭다오, 부산~칭다오 직항 항공편이 매일 20편 이상 운항된다. 비행 소요시간은 약 1시간30분이며 시차는 한 시간 늦다. 칭다오는 해양성 기후에 속하며 사계절이 뚜렷하다. 연평균 기온은 12도이며, 여름이 비교적 시원한 편이다. 해안 도시인 만큼 해수욕을 할 수 있는 6~9월이 여행하기 가장 좋다. 칭다오 맥주 축제는 올해 8월16일부터 31일까지 진사탄 해변에서 열린다. 올해 벌써 25회째를 맞는 중국 최대 맥주 축제다. 이 시기에는 칭다오 맥주뿐만 아니라 중국 각지의 대표 맥주, 세계 각국의 이색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또 도시 곳곳에서 불꽃놀이와 공연, 퍼레이드 이벤트가 펼쳐진다.
칭다오=글·사진 도선미 여행작가 dosun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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