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페셜 301조' 카드로 압박…중국 "엄청난 대가 치를 것"

입력 2017-08-13 17:32  

G2 무역전쟁 예고

트럼프 "중국이 강력한 대북 압박을"…중국 "대화와 담판을" 사실상 거절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방침…중국은 100여개 '보복 카드' 준비
"북한 도발이 글로벌 경제 흔들어"



[ 박수진/강동균 기자 ]
미국과 북한 간 군사적 긴장 위기가 미국·중국 간 통상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하자 중국은 강력 반발하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두 나라 간 전선(戰線)은 철강, 농산물뿐 아니라 통화 등 금융분야로도 번질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이 자칫 글로벌 경제마저 뒤흔드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中, 美의 대북압박 요구 거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에 앞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안보팀과 연달아 회의를 하고 8일부터 시작된 대북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북한이 공격하겠다는) 괌에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북한엔 매우 큰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제공격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신들도 답을 다 알고 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북한이 핵 위협을 계속하면 화염과 분노에 휩싸일 것’(8일), ‘핵무기 쓸 일이 없기를’(9일), ‘북한은 긴장해야 한다’(10일) 등 전쟁 불사 발언의 연장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중국이 강력한 대북 압박을 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은 결국 대화와 담판이라는 큰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며 “당사자들은 자제를 유지하고 한반도 정세 긴장을 고조시키는 언행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의 대북 역할이 미흡했다며 불만을 드러낸 미국 측 협조 요구를 거부한 셈이다.

◆“中에 통상전쟁 포문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발언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이번 조사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통상 분야에서 가하는 첫 조치다. 그는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45% 관세 부과 등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내놓은 대(對)중국 통상공약을 양국 관계와 북핵 해결 등을 이유로 미뤄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를 통보한 것과 관련해 “북핵문제를 계기로 중국에 통상전쟁의 포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철강 등 현안을 놔두고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들고나온 대목도 주목된다. 그는 당초 지난 6월 말께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규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내 철강 수입업체와 방산업체 등의 반발로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를 거론하다가 재계 반대에 부딪혀 재협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식재산권은 정치권과 재계 모두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분야”라며 “내부 반발 없이 중국을 겨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분야를 골랐다”고 분석했다.

◆美, 中·인도 국경분쟁 조장설도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셜 301조를 발동할 경우 그 대가는 엄청날 것”이라며 “중·미 무역관계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갈 뿐”이라고 13일 경고했다.

스페셜 301조(종합무역법)는 교역국의 지식재산권 보호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미국 대통령이 재량적으로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도 “미 행정부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가 양국 간 무역 및 경제협력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이 통상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산 항공기 주문 취소 등 100가지가 넘는 대미 ‘보복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압박카드로 통상 분야뿐 아니라 외교·안보 카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이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고 있는데도 미국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강동균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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