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선비적 인간상

입력 2017-08-13 17:58  

김광림 <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glkim@na.go.kr >


유교적 인간상은 무엇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성(誠)’과 ‘경(敬)’에서 찾는다. 성은 정성과 참됨을 의미한다. 경은 예와 공경, 삼감을 뜻한다. 성과 경을 생활 속에 구현하는 사람을 우리는 선비라고 한다.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 수신(修身)하고 치인(治人)하는 데 정성을 다하는 사람, 조상을 섬기고 손님을 모시는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의 삶을 실천하는 인간형이 바로 선비다.

유교적 인간상, 선비의 표상으로 으뜸으로 꼽히는 이는 퇴계 이황 선생이다. 조선 성리학을 집대성하고 치인하는 삶을 살았던 실천 교육자, 지행일치의 표본이다. 퇴계 선생은 평생 ‘진인(眞人), 반듯한 사람, 된 사람’의 길을 닦았다. 3000통이 넘는 서신과 2000편이 넘는 시를 남기고, 문하에 400여 명의 제자를 뒀다. 선생께서는 또 유학의 경전에서 삶의 교훈을 찾아 평생 자신을 가다듬었다. ‘간사한 생각을 하지 말라’는 사무사(思無邪),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무자기(毋自欺), ‘혼자 있을 때 더욱 삼가라’는 신기독(愼其獨), ‘모든 것을 공경하라’는 무불경(毋不敬)이 그것이다. 이런 삶은 후손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2009년 작고한 이동은 종손은 아침에 일어나 퇴계 선생께서 하시던 활인심방(活人心方)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책상과 방석, 옛날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견디는 간결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다.

유가적 삶과 인간상은 경주 최부자집 가훈에서도 선연하다. 수신육연(修身六然)은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남에게는 따뜻하게 대하며, 일이 없을 때는 맑게 지내며, 유사시에는 용감하게 대처하고, 뜻을 얻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하며, 실의에 빠졌을 때는 태연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제가(齊家)의 육훈(六訓)은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을 하지 말고,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며,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고,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며, 사방 백(百)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다.

퇴계 선생이 왕위에 오르는 선조에게 바친 ‘무진육조소’에도 선비 정신이 나타난다. 왕실의 계통을 중히 여겨 인효(仁孝)의 도리를 온전하게 하고, 이간질하는 거짓말을 막아 왕실의 화합을 도모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유학의 가르침을 돈독하게 해 정치의 근본을 세우고 인심을 바로잡을 것을 주문했다. 대신을 신임하고 언로를 통하게 하는 등 군신 간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금 우리 현실에 갖다 놓아도 딱 들어맞는 주문이 아닐 수 없다.

자기를 가다듬으며 남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선비의 사고와 삶의 방식이 간절한 때다.

김광림 <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glkim@na.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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