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코노미' 대표주자라더니… 1년도 못간 '편의점 낙관론'

입력 2017-08-14 17:32  

편의점 정점 찍었나
편의점 점포당 매출 2분기 연속 감소

창업비용 적어 우후죽순…4만곳 육박
점포 작아 '원스톱 카페 모형' 안착 못해
"최저임금 상승까지 겹쳐 투자 매력 감소"



[ 안재광 기자 ]
국내 1위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작년 5월 말 증시에서 ‘유통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이마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백화점, 마트 등 다른 유통산업은 어려웠지만 편의점은 ‘나홀로 성장’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나홀로족(1인 가구)이 늘어 ‘편의점 왕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년여가 지났다. 현재 BGF리테일 시가총액(4조3000억원)은 이마트(6조4951억원)의 3분의 2 수준으로 추락했다. 1년여 만에 편의점에 대한 낙관론이 회의론으로 바뀌고 있다.

◆“편의점 너무 많다”

나홀로 이코노미의 최대 수혜자인 편의점은 계속 증가했다. 눈만 뜨면 어느새 동네 슈퍼마켓이 하나하나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편의점 숫자는 계속 늘어 4만 개에 육박하고, 전체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지표들이 있었다. 편의점 점포당 매출이 대표적이다. 이 점포당 매출이 지난 1분기 감소세로 돌아섰다.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올 1분기 1.1% 줄었다. 이때도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2분기 감소율은 3%로 커졌다. 이전까지 2분기 연속 점포당 매출이 꺾인 적은 없었다.


편의점이 그만큼 많아진 영향이다. 한국에는 인구 1491명당 한 곳꼴로 편의점이 있다. 편의점 왕국 일본(2226명당 한 곳)에 비해 편의점 숫자가 1.5배 많다. 일본은 편의점 점포당 면적이 한국의 두 배 이상이고 매출이 훨씬 많다는 것을 감안해도 편의점 숫자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들은 이에 대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점포당 매출이 감소한 것은 최근 새로 들어선 편의점이 많은 탓이고, 기존 편의점은 여전히 잘되고 있다는 얘기다. 새 편의점이 자리를 잡으려면 통상 6개월 이상 필요한 것으로 업계에선 본다. 또 현재 7만 개가 넘는 동네 슈퍼가 편의점으로 일부 전환되고 있어 성장세는 여전히 크다는 것도 강조한다. 편의점 근접 출점도 자정 노력을 통해 근절하겠다고 한다.

◆담배가게 수준 못 벗어나

이런 업계의 반박에도 편의점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편의점 매출 증가에 큰 힘이 된 것은 도시락이다. CU의 ‘백종원 도시락’, GS25의 ‘김혜자 도시락’ 등이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10~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편의점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게 유행이었다. 그 전에는 편의점 커피로 대박을 터뜨렸다. 가성비가 좋은 편의점 커피로 커피 프랜차이즈를 위협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편의점에서 커피나 도시락을 먹기엔 점포 면적이 작았다. 도시락 문화가 발달한 일본 편의점은 점포당 평균 면적이 130㎡(약 40평)로, 한국 72㎡(약 22평)의 80%나 크다. 일부 국내 편의점은 편의점에서 도시락 먹고, 커피 마시고, 디저트까지 즐기는 원스톱 카페 모형을 추구했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했다.

점포당 매출 감소는 올 들어 담배 매출이 급감한 영향도 있었다. 한때 50%에 달했던 편의점의 담배 매출 비중이 올 들어 40% 초반으로 떨어지자 편의점들은 이를 상쇄할 상품을 찾지 못했다. ‘편의점은 담배가게’란 얘기를 지금도 듣는 이유다.

◆증권사들도 “성장성 의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일제히 편의점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점포당 매출 하락 등을 우려한다. 이달 들어 보고서를 낸 20여 곳의 증권사는 일제히 BGF리테일과 GS리테일 목표주가를 내렸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점포 수 급증으로 기존 점포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는 가운데 출점 관련 비용은 늘어 수익성 하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사업 투자 매력은 떨어졌다”고도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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