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병원發 바이오 혁신 시작됐다"...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 본격 시동

입력 2017-08-15 13:48  

국내 첫 병원 중심 바이오 클러스터
5년간 20여개 스타트업 집중 육성
물질개발-동물실험-임상 전주기 지원
고대, 연대, 아주대도 클러스터 구축중





국내 첫 병원 중심 바이오 클러스터인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HIP)가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전주기 지원에 나서는 등 본격 가동된다. 내년 말 동물실험센터까지 완공되면 물질개발부터 비임상, 임상, 제품 개발 등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산-학-연-병 복합 클러스터가 완성될 전망이다.

산-학-연-병 클러스터, 스타트업 육성

분당서울대병원은 오는 10월 경기 성남에 있는 HIP 건물 6층 390㎡ 공간에 헬스케어 스타트업 캠퍼스를 열 계획이다. 이곳에서 5년 동안 20여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사진)은 "첫해에는 경기도의 도움으로 5개 스타트업을 뽑아 지원할 계획"이라며 "3년 안에 이들이 졸업해 법인을 세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HIP는 병원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국내 첫 바이오클러스터다. 병원은 2014년 2421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7만9041㎡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을 매입했다. 이후 600억원을 들여 연구시설로 리모델링한 뒤 지난해 문을 열었다. 백 연구원장은 "그동안 진료나 연구단계서 나온 각종 아이디어가 산업화되지 못하고 실험실에만 머무는 한계가 있었다"며 "HIP는 이 같은 데스밸리를 깨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고 했다.

병원은 헬스케어 스타트업 캠퍼스를 통해 아이디어를 가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연구자의 제품개발, 상품화, 사업화, 네트워킹, 창업 등의 전주기 지원을 할 계획이다. 병원이 나서 데스밸리 극복을 돕겠다는 취지다.

오는 18일에는 병원 내 창업 교수, 스타트업 등이 기술을 발표하고 제품을 사용할 의료진과 투자자 등이 이를 분석하는 HIP 브릿지 포럼도 열 계획이다. 이학종 의료기기R&D센터장은 "지금까지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업-병원-투자 간 삼각 연결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30여개 기관 입주해 공동 연구 중

분당서울대병원은 HIP 입주 기업과 공동연구를 하며 스타트업 육성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개원 초기 입주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HIP에는 30여개 기업이 입주해 병원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200여개의 연구벤치 중 160개는 분양이 끝났다.

일동제약은 소화기내과 의료진과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난치성 질환 진단 및 치료기술 개발 관련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병리과 의료진과 유전체 정보 기반 진단 및 치료법 공동연구를, 아람휴비스는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과 비디오 후두경을 개발하고 있다.

병원은 내년 말 연면적 9913.7㎡ 규모 동물실험센터인 지석영의생명연구소가 완공되면 물질개발, 동물실험, 임상시험 등을 한 곳에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원과 HIP를 잇는 지하 터널 공사가 끝나고 HIP 건너편 부지에 제약생산 시설 등이 입주하면 국내 첫 자생적 바이오헬스 클러스터가 갖춰지게 된다. 오송과 대구 지역 등에 조성된 바이오 클러스터는 모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클러스터다.

고대구로병원, 아주대병원 등도 클러스터 구축 논의

미국 등 해외에서는 병원을 중심으로 한 자생적 클러스터가 바이오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 보스턴-케임브리지 바이오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연면적 197만㎡ 규모로 세계 1위 바이오 클러스터인 이곳에는 1000여개의 바이오 기업이 밀집해있다. 이곳 연구자 및 기업이 보유한 특허만 5000여건이 넘는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서도 외부 기업과의 연구 협력이나 산-학-연-병이 연계된 병원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2020년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개원을 계기로 첨단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고대안암병원도 2300억원을 투입해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를 짓고 외부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고대구로병원은 2015년부터 진행한 외부 연구기업 지원 프로그램의 이름을 올해부터 '상업 인큐베이션 센터'로 바꾸고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아주대병원은 2015년부터 병원 내부 시설을 임상연구 관련 기업 등에 개방하는 오픈랩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 연구자나 기업 등이 2314㎡ 규모 시설 및 실험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연구 활성화를 위해 독립 연구동을 짓는 등 추가 지원할 방침"이라며 "병원 인근 광교 등을 연결하는 클러스터를 조성해 외부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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