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한 4등분 '미사일 타격권' 설정

입력 2017-08-15 18:20   수정 2017-08-16 05:29

베일 벗은 북한 전략군사령부

남북 군사력 집중된 MDL, 원전 밀집 울진·포항·부산
따로 타격권 설정 '주목'

괌 미사일 타격 예상지점 신포 아닌 무수단리 가능성



[ 정인설 기자 ]
북한이 우리나라 전역을 4개 구역으로 구분해 미사일 타격권을 설정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남북한 군사력이 집중된 군사분계선(MDL) 외에 경북 울진과 포항, 부산을 타격권의 기준으로 정한 점이 주목된다.

15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 운용부대인 전략군사령부의 김락겸 사령관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3개의 지도가 벽면에 걸려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3개 지도에는 각각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태평양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남조선 작전지대’에는 우리나라 전역을 4개로 구분한 선이 그어져 있다. 그 선의 끝에 미사일 기종으로 추정되는 글씨가 적혀 있지만 블라인드 처리가 돼 확인되지 않는다.

4개 구분선이 그어진 곳은 MDL 축선-울진 권역-포항 권역-부산 앞바다였다. 지도에 표시된 4개의 도표에는 4개 미사일 권역 안에 있는 주요 부대와 국가전략 핵심 시설 등을 써넣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이 우리나라 전역을 4등분해 미사일 타격 권역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타격 권역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각각 500㎞, 1300㎞다.

북한이 정한 4개 미사일 권역 중 울진과 포항, 부산 주변에는 원전이 몰려 있다. 울진엔 한울 원전이 있고, 포항은 한울 원전과 월성 원전의 중간 지점이다. 부산엔 고리 원전이 있다. 신고리 3·4호기와 5·6호기, 신한울 1·2호기도 건설 중이다.

‘일본 작전지대’라고 적힌 지도엔 일본 남쪽 태평양 해상까지 선이 그어져 있다. 일본 전역이 북한 미사일 타격 범위에 있다는 것을 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략군 지휘소 내부에는 태평양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로 추정되는 위성사진도 걸려 있다. 앤더슨 공군기지는 미군의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와 B-52 등이 한반도로 출격하는 장소다. 북한이 괌을 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위성사진까지 지휘소에 걸어놓고 공개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 위원장 앞에 놓인 ‘전략군 타격계획’ 지도엔 미사일 경로를 표시하기 위해 북한에서 괌까지 길게 선을 그려놨다. 발사 지점을 확대해 보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인근으로 나온다. 함경남도 신포에서 괌으로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할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는 다르다.

북한에서 괌까지 그어진 선의 중간 지점엔 알 수 없는 표시가 등장한다. 발사 장소에서 괌 사이의 중간 지점인 태평양에 관측 선박을 띄워 놓고 이 선박에서 미사일의 비행 거리와 속도, 각도, 자세 등을 측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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