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업무만 담당 …"
총수로 지정땐 법적책임 커져
민간 기업 지정 사례 드물어
공정위, 내달 수용 여부 '촉각'
[ 유하늘/임도원 기자 ]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총수 없는 대기업에는 KT와 포스코 등 공기업 태생의 회사가 주로 지정됐다. 네이버처럼 창업주가 명확한 민간 기업이 포함된 사례는 드물어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14일 회사 임원진과 함께 공정위 기업집단과를 찾아 담당 과장 등과 면담했다. 이 전 의장은 이 자리에서 네이버가 다음달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분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은 자산 5조원 이상의 준(準)대기업을 뽑아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규제하는 제도로 올해 처음 시행된다. 공정위는 다음달 1일 대상 업체를 지정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작년 자산 기준으로 5조원에 약간 못 미쳤지만 이번에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기업집단과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지정과 관리를 맡는 부서다.
네이버가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면 이 전 의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법적 책임이 커진다. 동일인은 실질적인 오너로서 허위 자료 제출 등 회사 잘못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전 의장이 보유한 네이버 지분은 4.6% 수준이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이 네이버의 사업 방향과 인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동일인 지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의장은 공정위 과장과의 면담에서 “현재 글로벌 투자 책임자 역할만 맡고 있고 네이버 법인이 70여 개 자회사를 직접 경영하고 있다”며 “네이버의 동일인을 ‘개인(이 전 의장)’이 아닌 네이버 법인으로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 사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정리해 16일 오전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도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업무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장의 요청을 공정위가 수용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포스코와 KT&G 등 원래 오너가 없는 기업이나 채권단이 최대 주주인 회사가 주로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됐다. 이 전 의장은 지난 3월 네이버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국내 사업 현안은 모두 변대규 현 의장과 한성숙 대표이사에게 맡겼다.
유하늘/임도원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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