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잇단 중간배당…셈법은 다 다르네

입력 2017-08-15 19:42   수정 2017-08-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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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창립 첫 중간배당
주주환원 통한 주가 관리 포석
현대오일·에쓰오일, 대주주 지원용



[ 김보형 기자 ]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잇따라 중간배당에 나서고 있다.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하는 중간배당은 ‘여름 보너스’로 불린다. 정유사들은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회사별로 다른 셈법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5일 주당 1600원, 총 1491억원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한다. 1962년 회사 창립 이후 첫 중간배당에 나선 배경에는 주주환원 정책을 통한 주가 부양 목적이 있다는 게 정유업계의 시각이다. SK그룹은 올해부터 최고경영자(CEO) 평가 항목에 주가를 반영하기로 하면서 계열사마다 주가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중간배당금도 상반기 순익(1조1520억원)의 12.9%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대주주인 SK(주)의 지분율은 33.4%로 중간배당 수익은 500억원에 조금 못 미칠 전망이다. SK그룹의 사업형 지주사인 SK(주)는 배당과 브랜드 로열티 등으로 연간 1조원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 2010년 인수된 뒤 올해 처음으로 2941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한 현대오일뱅크는 대주주 지원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순익(4255억원)의 69%를 배당에 쏟아부었다. 비상장사인 현대오일뱅크 최대주주는 현대로보틱스로 지분율은 91.1%에 달한다. 이번 중간배당으로 현대로보틱스는 단숨에 2679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2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안고 있는 현대로보틱스는 연간 이자비용만 700억원에 달한다. 이번 배당금 유입은 재무구조 개선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적자에 시달리던 2015년에도 3064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했다.

에쓰오일도 대주주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 다만 현대오일뱅크와 달리 ‘대주주 지원’이라는 목적보다 ‘우선적인 수익성 확보’라는 측면이 도드라진다. 이 회사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주당 1200원, 1397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은 적자를 낸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40~60%에 달하는 배당성향(당기 순이익 대비 배당 총액)을 유지하고 있다. 중간 배당임에도 배당성향이 29.8%에 달한다. 이 회사는 작년에도 중간배당을 포함해 7219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에쓰오일 지분 63.4%를 보유한 아람코는 이 가운데 4578억원을 받아갔다.

현대오일뱅크와 같은 비상장사인 GS칼텍스는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올해 중간배당을 하지 않았다. GS칼텍스는 GS그룹 계열사인 GS에너지(50%)와 미국 정유사 쉐브론(50%)이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합작사다. 이 회사는 통상 중간배당 없이 연간 실적을 바탕으로 매년 한 차례 기말배당만 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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