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해 총선서 졌다고요?"

입력 2017-08-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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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유승호 정치부 기자 usho@hankyung.com



[ 유승호 기자 ]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전체 253개 지역구 중 절반이 넘는 146개 지역구 후보자를 국민 여론조사로 선정했다. ‘상향식 공천’이었다. 선거 결과 한국당은 122석을 얻는 데 그쳐 123석을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에 패했다.

이를 두고 류석춘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상향식 공천을 해서 총선에서 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선 상향식 공천을 지양하고 중앙당이 후보를 지정하는 전략공천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한국당이 패한 과정을 되짚어보면 류 위원장의 진단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당시 친박(친박근혜)계는 전략공천 확대를 추진했다. 비박(비박근혜)계를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자신들과 가까운 이한구 전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에 앉혔다.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를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비박계인 김무성 당시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통해 친박 영향력을 차단하려 했다. 양측의 골은 깊었다.

상향식 공천에 단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결정하다 보니 인지도가 높은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하다. 류 위원장도 “상향식 공천이 기득권 재생산에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더 큰 문제는 공천을 매개로 반대 세력을 몰아내려 했던 계파 패권주의였다.

상향식 공천이 총선 패배 원인이라는류 위원장의 주장은 정치권에서 별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략공천은 특정 권력자가 공천권을 휘두르고 자기 사람을 심는 ‘사천’을 부추긴다”며 “지난해 총선 패배는 특정 권력자와 그 추종 세력이 당원과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강석호 한국당 의원은 최고위원·3선 의원 회의에서 “상향식 공천을 해서 졌느냐, 아니면 일부 정치세력이 친박 마케팅을 하고 보복 공천을 해서 졌느냐”며 “어느 권력자도 공천을 갖고 장난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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