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농촌진흥청] 쌀 자급자족·비닐하우스 보급·복제돼지… 한국 농업 혁명 이끌어

입력 2017-08-17 16:55  

농촌진흥청이 걸어온 길


[ 오형주 기자 ]
농촌진흥청은 1962년 설립된 이후 ‘보릿고개’로 대표되는 한국의 빈곤 문제를 극복하고 쌀 자급자족 달성 등 ‘녹색혁명’의 길을 여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1980년대에는 ‘백색혁명’이라 불리는 비닐하우스 재배 기술을 비롯해 잇단 농업 신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농업의 고질적 문제였던 계절성을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00년대 이후로는 농업 분야의 융복합 ‘지식혁명’과 친환경 등 ‘가치혁명’을 이룩하기 위해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통일벼 개발로 쌀 자급 달성

농촌진흥청이 설립 이후 지난 50여 년 동안 개발한 농업 기술 중 가장 기념비적인 업적은 통일벼다. 6·25전쟁 후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려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식량증산연찬대회에 참석해 “경제적 자립은 식량의 자급자족으로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쌀 증산(增産) 기술 개발을 지시했다.

당시 벼 품종은 재래종과 도입종이 주류를 이뤘는데 키가 커서 바람에 잘 쓰러지고 각종 병충해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1963년부터 1976년까지 14년간 200여 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해 통일벼를 개발·육성하는 데 총력을 쏟았다. 통일벼 보급 이후 한국의 쌀 생산성은 1960년대 304(㎏/10a)에서 1977년 494(㎏/10a)로 62% 늘어났다. 전체 생산량 역시 1965년 350만t에서 1977년 600만t으로 급증해 마침내 염원하던 쌀 자급자족을 달성했다. 농촌진흥청은 이즈음 한국 최초의 일대잡종 배추 품종 육성, 식량 증산을 위한 농업기계화 및 농지개량 기술 개발, 교잡종 옥수수 개발·보급 등에도 잇달아 성공해 식량난 해소에 큰 공헌을 했다.

‘비닐하우스 혁명’ 주도

1980년대 한국은 경제성장으로 국민 식생활이 크게 향상되면서 신선채소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신선채소를 연중 공급하기 위한 비닐하우스 설치와 멀칭재배(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에 대한 연구·기술보급 필요성도 커졌다.

농촌진흥청이 1980년대 초반 비닐하우스 멀칭 재배기술 연구와 보급에 본격 나선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농촌진흥청은 딸기, 감자, 고추, 수박, 참외 등 다양한 품종에 관한 비닐하우스 재배기술 연구에 성공함으로써 농가 생산성과 소득을 증대하는 데 기여했다.

1975년 6611㏊에 불과했던 비닐하우스 채소재배 면적은 1990년 3만9994㏊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비닐하우스 재배기술 보급은 연중 사계절 신선한 농산물을 식탁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한 ‘백색혁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벼 기계이앙 역시 농촌진흥청이 1980년대 일군 주요 성과 중 하나다. 1970년대 후반부터 산업화와 도시화로 농촌의 노동력 감소가 눈에 띄게 심해지면서 농번기 파종 및 이앙작업의 기계화는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농촌진흥청은 중묘기계이앙 재배기술을 개발해 기존 45일에 이르던 육모 기간을 30~35일로 단축했고 이앙 시간 역시 10a당 24.3시간에서 8.4시간으로 대폭 줄였다.

딸기 국산화 ‘첨병’

1980년대 중반부터 냉해에 약한 통일벼 품종의 단점을 보완한 일반형 품종인 자포니카 품종으로의 교체·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농촌진흥청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이후 한국 쌀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반형 품종으로의 고급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농촌진흥청은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토양정보 전산화와 국가 농경지 관리체계인 ‘흙토람’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1964년부터 35년간 진행됐던 토양조사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 조사 결과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흙토람 시스템을 통해 전국의 토양 정보가 종합되고 과학영농 관련 정보가 제공돼 친환경농업의 기반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2000년대 초까지 일본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던 딸기 품종의 국산화 역시 농촌진흥청이 이뤄낸 성과 중 하나다. 농촌진흥청은 병에 강하고 수량이 많으면서 맛이 뛰어난 ‘설향’, ‘매향’, ‘대왕’ 등 고품질 딸기 품종을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잇따라 개발했다. 덕분에 2005년 9.2%에 불과했던 국산 딸기 품종 재배면적 비중은 2011년 71.1%까지 급증했다.

농촌진흥청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는 바이오분야 기술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09년 형질전환 복제돼지 ‘지노’를 시작으로 ‘믿음이’(2010년), ‘소망이’(2011년) 등을 잇따라 내놓아 과거 7년 이상 벌어졌던 선진국과의 바이오장기 생산기술 격차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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