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지난 1월부터 실업자 2000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시험하고 있다. UBI 지지자들은 이 북유럽 국가가 미국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핀란드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소규모인 초기 단계 시험의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켜보라. 이 나라는 수십 년간 정부 보조금을 가지고 일자리 대체를 꾀했다. 아마도 사우디인의 절반 이상이 실업 상태이며,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국의 오일머니로 조성된 보조금에 의지해 살고 있다.
사우디의 ‘사실상의 UBI’가 초래한 것은 무엇인가? 국민은 일하는 것에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다.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노력은 사우디인들이 공짜 소득을 기꺼이 유급 노동으로 바꾸도록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왕족들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동안 일반 시민은 존엄을 잃고 있다. 기술관료 엘리트들은 그 사회의 보수주의와 상충되는 자유주의적 가치를 포용했다. 이런 분열 때문에 사우디는 극단주의자들이 동조세력을 확보하는 비옥한 토양이 됐다.
사우디가 많은 사회적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중 하나는 세습 군주제와 엄격하게 집행되는 일련의 종교법에 의해 통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에게 만연한 경제적 박탈감은 이 왕국이 다른 문제를 다루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한다. 미국이 ‘생산적인 계층’과 ‘비생산적인 계층’으로 나뉠 경우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중심에는 개인의 독립과 평등에 기반을 둔 사회적 계약이 있다. 미국인 수백만 명이 정부와 세금을 내는 엘리트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국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량 실업을 수용하고, 그들을 부담으로 여기는 것은 이런 사회적 계약을 약화시킬 것이다. 그것은 평등의 허위를 파괴할 사회의 구조적 분열을 야기할 것이다.
UBI 지지자들은 그들의 시스템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계발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주장에 반대할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경험은 그 반대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미국의 비어 있는 일자리는 620만 개에 달한다. 수백만 개의 숙련된 제조 및 사이버 보안 분야 일자리는 수년간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숙련된 노동자 부족에 기인한다. 더 나은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실업 또는 불완전 실업은 새로운 기술을 배울 동기를 결여시킨다. 젊은 실업자들은 점점 더 집에서 지내며 비디오 게임을 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
UBI는 또한 미국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것이다. 좋은 교육을 받은 기술관료들이 실업 상태인 하위계층이 더 이상 투표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믿는 데 얼마나 걸릴까? ‘쓸모없는 계층’이 지원금에 감사하고, ‘생산적인 계층’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에 감탄하는 반응을 보일까?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와 엘리트들의 반응으로 판단하건대, 그 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급속한 기술 발전은 이미 미국 노동자에게 전례없는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도전에 직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경제의 창의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UBI는 훌륭한 시도다. 아마도 그것은 근로소득을 보충하기 위한 용도로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구상 중인 UBI는 시민들의 열망을 훼손하면서 그들의 물질적인 요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저커버그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목적의식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목적의식은 생산될 수 없으며, 정부 보조금과 함께 제공될 수도 없다. 그것은 자신과 가족, 사회 전체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갖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실리콘밸리의 선도적 혁신가들은 누구보다 이것을 잘 이해해야 한다. 모든 형태의 시민 참여가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고용은 많은 사람에게 최후의 ‘위대한 균형추’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
THE WALL STREET JOURNAL·한경 독점제휴
원제=Why a Universal Basic Income Would Be a Calamity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댄 니데스 <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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