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 동반 이탈 땐 코스닥 시총 10% 증발
"코스닥시장 존립 기반 흔들…대책 마련 시급"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17일 오후 4시12분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은 지난 14일 급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찾았다. 코스닥시장 잔류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소액주주 6000여 명의 요청으로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가능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소액주주들의 요청으로 소집 요건이 성립하면 주주총회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주주총회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인 지난 16일 셀트리온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전상장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계획을 알렸다. 주주들의 소집 청구서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을 넘어서 주주총회 개최 요건(상법 제366조)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코스닥 ‘엑소더스’ 우려
시장에선 셀트리온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서 회장 측이 반대하더라도 63.87%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이 예상돼서다.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코스닥시장 외면으로 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상대적으로 큰 코스닥시장 주가 변동성도 공매도 세력을 부르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전상장 안건은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 출석주주 과반수 찬성이면 통과된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간 카카오는 출석주주의 99% 찬성으로 이전상장안이 가결됐다.
서 회장은 지난 6월 말 현재 셀트리온 지분 21.85%(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 지분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우호주주로 분류되는 싱가포르 테마섹은 14.28%를 갖고 있다.
셀트리온은 조만간 임시주주총회 일정을 확정해 공시할 예정이다. 이전상장 찬반과 관련해선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은 없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16일 3.63% 오른 데 이어 17일 추가로 1.57% 올라 11만20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의 이전상장이 코스닥시장에 몰고올 충격파는 과거 다른 종목들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셀트리온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13조5110억원으로 코스닥 전체의 6.22%에 달하기 때문이다.
주주구성이 비슷한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시가총액 6조7524억원)가 셀트리온 행보를 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실화되면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약 10%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가게 된다. 1996년 코스닥시장 출범 이후 40여개 사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갔지만 대장주 이전은 2008년 네이버 이후 9년 만이다.
연기금의 대형주 편식 등으로 불만이 쌓인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200지수 등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연기금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3조5574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코스닥 종목은 44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 코스닥 신규 상장사 관계자는 “코스닥에는 배임·횡령 같은 문제가 많다 보니 신뢰도가 낮고 기관 참여 부진으로 주가변동성도 크다”며 “적지 않은 주주들이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이전상장을 결정하면 기존 상장사는 물론 비상장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결정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흔들리는 코스닥… 해결방안 시급
미국 나스닥시장에는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들어 대어들의 이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시가총액 2위였던 카카오가 이사를 간 데 이어 1위인 셀트리온마저 짐을 쌀 경우 코스닥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큰 기업들과 중견·중소기업들이 한데 모여 중장기적으로 함께 발전해야 하는 데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코스닥시장에 남아 있으면서도 소액주주들이 제기하는 공매도 문제와 기관투자가들의 참여 부진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코스피200지수에 코스닥 대형주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시장 합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만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종목의 ‘혼합지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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