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 120만원 아동수당, 이런 획일적 복지가 문제다

입력 2017-08-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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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만 5세 이하에 ‘아동수당’으로 월 10만원씩 최대 60개월 예외없이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선거 공약으로, 전통시장 등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지급하겠다던 것에서 ‘현금지급 원칙’으로 바뀌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을 잇는 또 하나의 ‘획일적 복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동수당을 신설하면 현 정부에서만 13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함께 발표된 고령자 기초연금 5만원 인상안으로도 5년간 29조5000억원이 더 든다. 재원조달 우려부터 생기는 게 당연하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기초생활 수급자 확대’까지 포함하면 최근 1주일 새 수조~수십조원짜리 복지 정책이 4건이나 발표됐다.

재원 걱정 속에 아동수당에 특히 주목하는 것은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지만, 젊은 세대 풍조로 볼 때 10만원으로 애를 낳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가 많다. 무상보육, 무상교육, 주거 지원 등으로 지난 10년간 100조원 이상을 저출산 해소 명목으로 썼지만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7로 여전히 최저 수준이다. 일련의 ‘생애주기별 지원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억대 연봉자에게까지 같은 금액을 같은 기간 지급하는 방식에 대해 당국은 “부유하다고 더 낳고 가난하다고 덜 낳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일괄지원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추가로 기획 중인 둘째, 셋째 출산 지원도 일률적으로 될 것이라고 들린다. 출산기피 원인이 딱히 소득 때문만은 아니라는 연구결과는 이미 여러 갈래로 나와 있다. 이민자 수용 확대, 다문화 지원 강화, 고령자 재취업 확충이 훨씬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속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상보육을 시행한 지 6년째가 됐지만, 그새 저출산은 얼마나 개선됐나. 2012년 1.3이던 합계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그런데도 “지금은 10만원이지만 아동수당을 5만원, 10만원 인상하겠다는 공약이 곧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저출산이 국가적 난제이지만 ‘획일적, 무차별 지원’은 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아동수당법’의 법제화가 필요한 만큼 국회가 재원만 따지는 것 이상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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