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시 타루르 지음 / 김성웅 옮김 / 젤리판다 / 456쪽 / 2만원
[ 마지혜 기자 ] 인도의 근대사는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한국이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다 1945년 독립했듯 인도는 영국의 지배를 받다 1947년 벗어났다. 인도의 독립기념일은 8월15일로 우리의 광복절과 같다. 식민 지배의 잔재 청산을 둘러싼 갈등과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 등도 비슷하다.
인도 정치인이자 칼럼니스트 샤시 타루르는 《암흑의 시대》에서 영국의 통치가 인도에 근대적 경제체제와 정치적 통합, 민주주의 등을 가져다줬다는 식민지배 옹호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편다.
저자는 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도의 경제를 조직적으로 파괴했다고 지적한다. 양질의 직물로 유명했던 인도의 섬유산업이 망가진 것이 한 예다. 영국은 인도의 원자재로 완제품을 만들어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로 재수출했다. 영국 의류 제조업자들은 인도 섬유산업을 주저앉히려 했다. 동인도회사 군인들이 그 요구를 들어줬다. 군인들은 인도 직공들이 기술을 쓰지 못하도록 그들의 엄지를 부러뜨렸다고 한다.
영국이 인도의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통합에 도움을 줬다는 영국 학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저자는 정면으로 반박한다. 인도 무굴제국이 무너진 뒤의 혼란은 인도를 식민지배의 희생물로 만든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저자는 영국이 인도 식민지배 200년간 견지한 통치 전략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에 의한 통치였다고 꼬집는다. 영국은 식민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인도 내에 종교, 인종, 지역 간 차별과 적대감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도 특유의 신분제도로 타고난 ‘천형’처럼 여겨지는 카스트도 식민지배 이전엔 공고한 사회제도가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신분 간 경계가 느슨하고 유동적이었던 카스트제도가 절대적인 신분제도로 굳어진 것은 영국이 식민통치의 주요 수단으로 삼으면서다. 과거 수드라(노예)는 마을을 떠나면 자신이 카스트로부터 자유로웠지만 식민지배 이후로는 어디를 가든 평생 수드라로 살 수밖에 없게 됐다. 군대도 철저하게 카스트를 기초로 편성됐다. 저자는 “인도 사람들이 19세기 후반보다 더 노골적으로 카스트를 의식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펼치는 논박이 역사에 보복하거나 과거의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임을 강조한다. 그는 “뒤를 돌아볼 수 있는 백미러가 미래를 점치는 가장 훌륭한 유리구슬”이라고 말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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