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봉 기자 ]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사진)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안 되면 민간기업 취업에 빨리 나설 수 있도록 과목 호환성을 높이겠다”며 “300개가 넘는 공무원 시험 과목을 조정하고 복잡한 선택과목은 (난이도 차이에 따른) 유불리가 없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과목을 줄이고 민간에서 받은 시험 성적으로 공무원 시험 과목을 대체하는 사례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는 올해부터 7급 국가공무원 필기시험 때 영어 시험을 보는 대신 토익이나 토플 성적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토익이나 토플 성적이 있으면 영어 필기시험을 따로 안 봐도 된다는 의미다. 인사혁신처는 영어 외에 다른 과목도 민간 시험기관 성적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필기시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면접은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사혁신처 과천분원(옛 중앙공무원교육원)을 리모델링해 면접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 처장은 “공무원을 증원하면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공시생의 부담을 줄이고, 민간기업도 채용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공직 인사정책 전반의 혁신 로드맵을 마련해 오는 10월 공개하기로 했다.
인사혁신처의 인사혁신 로드맵에는 공무원시험 과목 개편 방안 외에 블라인드(직무역량중심) 채용 강화 방안, 여성 장애인 등 소수계층 균형인사 방안, 전문직 공무원 제도 강화 방안, 퇴직공직자의 전관예우 및 민관유착 근절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또 성과보상체계와 공무원 교육 방법 개선안도 포함된다.
인사혁신처는 이와 함께 공무원 성과연봉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5급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성과연봉제의 등급(S·A·B·C)별 성과급 차이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 처장은 “성과 차이가 개인 역량에 따른 것도 있지만 기관별 특성이나 부서별 차이에 따른 측면도 적지 않다”며 “부서 단위별 성과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는 성과연봉제 확대 적용에 관해 “6급 이하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고시 폐지 여론에 대해서는 “좋은 전통은 개선해서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정리했다.
지역할당 채용이 역차별이라는 일부 지적에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는 합격자 가운데 지방 출신이 일정 비율에 이르지 못하면 추가로 더 뽑는 제도인데 처음부터 할당해서 채용한다는 오해가 있다”며 “조선시대 과거시험에도 지방별 인원 할당이 있었다”고 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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