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중국서 금지약품 사료…'독돼지' 파동으로 곤욕 치르기도
아직 갈길 먼 '동물복지농장'
자연에 가까운 사육 환경 제공…경제성·실효성은 해결 과제
[ 박근태 기자 ]
이달 중순 국내산 계란에서 가축에 쓰지 말아야 할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국내 가축사육 방식에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가축을 좁고 더러운 축사에 몰아넣고 키우는 공장형 사육, 고기 공장과도 같은 밀집 사육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축산 농가들은 고기와 우유, 계란의 안정적 공급과 농가의 가격 경쟁력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사육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밀집한 형태의 사육 시설이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가축 전염병과 사람에게까지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에 취약하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동물복지’라는 개념을 떠나서라도 축산 생산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사육기간 줄며 면역력 약해져”
수년 새 AI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간 광우병·브루셀라증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주기적으로 세계에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가지 이유로 많은 가축을 작은 공간에 몰아넣고 기르는 밀집형 생산방식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올초 식량과 전염병 확산의 관계를 담은 책 ≪병리학적 삶≫을 쓴 스티븐 힌츠리프 영국 엑서터대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양계기술이 발전해 가금류 수가 급격히 늘면서 세계가 더욱 전염병에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힌츠리프 교수는 “닭이 내다 팔 수 있는 몸무게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년 전보다 3분의 1로 줄었다”며 “닭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스스로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채 밥상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숙주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잦은 유전자 변이를 통해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 신종 바이러스가 많은 인명 피해를 낳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살충제 오남용 공장형 사육이 원인”
양계 농장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같은 살충제가 사용된 것도 집단사육의 결과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닭의 깃털 아래 붙어 피를 빨아먹는 닭진드기는 사시사철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기후변화로 습하고 더운 날씨가 늘고 있는데 이런 환경일수록 발병률이 높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양계농가의 닭진드기 감염률은 94%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무엇보다 닭 사육 밀도가 높아질수록 진드기 서식 환경도 좋아진다. 국내 산란계 농가 축사 면적은 독일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농가도 닭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쓴 것이다.
단시간 내 가축의 고기양을 늘리기 위해 사용되는 사료 역시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2008년 국내에서 논란이 된 광우병은 사료 값을 아끼고 소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결과로 알려졌다. 중국도 2011년 금지 약품이 포함된 사료를 먹인 이른바 ‘독돼지’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의학계에서조차 과도한 육류 공급이 건강을 해치고 있으며 공장형 가축 사용이 필요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육된 가축에 지방이 지나치게 많고 유해한 지방산 함량이 높아 성인병과 소아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빨리 키우려다 ‘독돼지’까지 등장
대안으로 주목받는 사육 방식이 ‘동물복지농장’이다. 동물복지농장이란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완화한 환경을 갖춘 농장을 뜻한다. 하지만 한편에선 동물복지농장이 경제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소비자들이 축산제품을 섭취하려면 더 많은 대가를 지급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이 한우와 젖소, 돼지, 닭의 사육 밀도를 분석한 결과로는 사육공간을 넓히면 가축 한 마리당 소득은 올라가지만 단위면적당 농가 소득은 감소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현재로선 논란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사육공간을 적절하게 넓혀주면 소와 돼지, 닭의 질병 발생률이 떨어지고 분뇨량도 줄어든다는 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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