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테크윈, 5월 이후 '미끄럼'
검찰 방산비리 수사 '불똥'…CCTV 사업은 중국에 밀려 부진
롯데정밀화학 '승승장구'
주력제품 가격 강세로 실적 개선…연초 이후 주가 43% '껑충'
[ 송종현 기자 ]
삼성그룹에서 한화와 롯데그룹으로 각각 넘어간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과 롯데정밀화학(옛 삼성정밀화학)의 증시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실적 악화에 방위산업 비리수사 등 돌발악재가 겹쳐 울상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주력 제품 가격 강세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우상향 궤적을 그리고 있다.
◆표정 바뀐 두 회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한화테크윈은 비상장사인 한화토탈, 한화시스템과 함께 2015년 6월30일 한화 계열사로 편입됐다. 상장사 롯데정밀화학과 비상장사 롯데첨단소재, 롯데비피화학의 인수합병(M&A) 계약은 같은 해 10월30일 체결됐다. 그룹 내 비주력이었던 방산·화학 부문을 정리하려는 삼성과 방산 및 화학이 핵심사업인 한화, 롯데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서로 다른 그룹으로 넘어간 이후 작년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두 상장사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우위에 선 곳은 한화테크윈이었다. 한화로 넘어간 이후 작년 5월 한화디펜스를 인수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작년 한 해 한화테크윈 주가는 22.22% 올랐다. 2015년 말 1조8887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1년 뒤 2조3084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롯데정밀화학은 작년 내내 업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다가 13.90% 하락한 채 1년을 마감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9184억원에서 7907억원으로 줄었다.
올 들어선 상황이 역전됐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4월27일 5만3100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계속 미끄러졌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300원(5.63%) 떨어진 3만8550원에 장을 마쳤다. 연중 최고가보다 27.40% 하락했다.
이에 비해 롯데정밀화학은 올 들어 별다른 조정 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만4050원에 마감해 보합을 나타냈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43.71%에 달한다.
◆돌발악재에 얼어붙은 한화테크윈
한화테크윈이 지난 5월 이후 조정을 받고 있는 이유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한국항공우주(KAI)의 검찰수사 등 돌발악재로 냉각된 투자심리다. 한화테크윈은 KAI의 주요 주주(지분율 6.00%)다. KAI에 헬리콥터 엔진 등을 납품하고 있어 수사의 불똥이 한화테크윈으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19일 강원 철원에서 발생한 이 회사 주력제품 K-9 자주포 폭발사고는 또 다른 악재다. 평판 리스크(위험)에 민감한 방산업계 특성상 K-9 수출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투자자들의 우려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5월 이후 한화테크윈을 각각 650억원과 109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두 번째는 폐쇄회로(CC)TV 사업의 부진이다. 한화테크윈의 CCTV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과 기술력을 내세운 유럽산에 밀려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CCTV 사업을 하는 한화테크윈 시큐리티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72억원에서 올 상반기 6억4500만원으로 급감했다.
◆업황 개선에 웃는 롯데정밀화학
롯데정밀화학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핵심요인은 주력제품의 가격 강세다. 이 회사가 주로 생산하는 가성소다는 올 들어 중국 주요기업들의 생산이 줄면서 가격이 50%가량 급등했다. 또 다른 생산품목인 에폭시수지 원료 에피클로로하이드린(ECH)은 국도화학 등 에폭시수지 회사들의 잇따른 증설로 최근 수요가 늘고 있다.
연초 이후 롯데그룹의 BU(사업부문)체제가 출범하면서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게 된 것도 호재로 꼽힌다.
롯데정밀화학은 수용성 페인트에 들어가는 하이드록시에틸셀룰로스(HEC)를 생산하는 울산 공장 증설을 위해 45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4월 공사에 들어갔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롯데정밀화학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44% 증가한 1023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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