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방사형 사육'해도 진드기 문제 해결 안돼"

입력 2017-08-22 07:53  


"닭을 '친환경 방사형 사육' 하더라도 진드기는 감염됩니다. 환경친화형 농장만이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21일 '살충제 계란' 파동의 한 대안으로 언급되는 방사형 사육에 대해 "사육 우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방사형 사육을 하더라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진드기 발생 등을 막을 수 없다"고 짚었다.

방사형 사육은 닭을 풀어놓고 키우는 방식이다. 우리에 가둬놓고 키우는 공장형 밀집 사육과 달리 닭이 스스로 흙에 몸을 비벼 진드기를 떨어내고, 면역력을 강화해 살충제 사용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살충제 오염 달걀 사태를 계기로 본 식품안전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방안과 과제' 긴급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 "밀집 사육이 닭 진드기의 직접적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방사형 사육을 하면 닭의 면역력이 좋아지긴 하지만 진드기에는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최근의 친환경 사육으로 인해 기존에 발견되지 않았던 와구모(Red mite) 진드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다만 밀집 사육시 진드기의 증식이 쉬워지는 문제점은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쪽의 방식이 확실히 좋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사육 우리 관리와 살충제 사용 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진드기 살충제를 안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얼마나 농도를 낮춰 사용하는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정부도 관리해야 하지만 사육 농가 스스로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토론을 맡은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도 "영세한 농가들이 생산하다 보니 안전 문제가 다소 허술하게 관리된 측면이 있다"며 "근본적인 농업구조 개선이 없으면 이 같은 문제는 또 터져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제 인체 위험성과 정부 기준 간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규제 위주로 흐르면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진드리 관리의 다양한 기술적, 제도적 측면 문제를 점검해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는 오제세·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 등이 참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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