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재원 분담 놓고 정부·지자체 갈등… '제2 누리과정 사태' 치닫나

입력 2017-08-22 18:14  

지자체 반발에 부딪힌 '5대 복지'

'5대 복지' 지자체 추가 부담 13.5조
일부 지자체 "100% 국비 지원" 벌써 목청
"생색은 정부가 내고 계산서 들이미나" 반발
정부 "지자체 부담 줄일 방안 찾겠다"



[ 김일규 기자 ]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인상에 5년간 23조1000억원을 쓰겠다고 했다. 아동수당 신설에는 5년간 10조3000억원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기초생활수급자 확대에 배정한 돈은 4조8000억원이다. 이는 모두 ‘국비’ 기준이다. 중앙정부가 세입 확충과 세출 절감으로 마련한 돈에서 해당 금액만큼을 지출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지방비는 빠져 있다.

지방비까지 더하면 복지 지출은 훨씬 늘어난다.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인상에 따른 지자체 추가 부담분만 5년간 7조4000억원이다. 아동수당 신설에는 지자체가 3조8000억원을 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확대에 들어가는 지방비는 1조9000억원이다. 국가예방접종 확대에 따른 지자체 추가 부담분(4000억원)까지 더하면 5대 정책에만 13조5000억원이 추가 소요되는 셈이다.


◆지자체 “계산서만 들이미나”

이는 정부가 해당 복지정책을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수행해야 할 ‘공동사무’로 정해놓고 있어서다.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 국가예방접종은 원래 공동사무였지만 신설되는 아동수당도 이번에 공동사무에 추가됐다. ‘보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근본 취지를 살리되 지방도 책임을 가지고 동참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추가 지출소요 178조원에 지방 이전재원 26조5000억원을 잡아놓긴 했다. 국세 증가에 따른 교부세, 교부금 증가분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지자체의 목소리다. 5대 복지정책에만 지방 이전재원의 절반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통합재정수지비율(세입-지출/통합재정)은 2013년 평균 -1.65%에서 올해 -7.61%로 악화됐다.

특히 서울시 등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지방비 부담률이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올해 기초연금 전체 예산 약 1조4000억원 중 2000억원가량을 부담했다. 그러나 기초연금 인상에 따라 서울시는 5년간 연평균 1500억원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중앙정부의 지원율이 낮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 등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도 걱정이다. 중앙정부 지원율이 높다 해도 쓸 돈 자체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으로 시작한 사업인데 생색은 정부가 다 내고 계산서는 뒤늦게 우리에게 들이미는 이유가 뭐냐”며 “국비 지원율을 100%로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복지지출을 의무적으로 늘려야 함에 따라 다른 자체 사업을 줄여야 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회간접자본(SOC) 쪽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고 지원 더 늘리나

정부가 의욕적으로 쏟아내는 복지 정책과 관련해 재원 마련을 놓고 ‘지자체 반발’이라는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정부도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아동수당 도입과 관련, “지방정부의 재원 부담을 줄일 방안에 대해서도 더 깊이 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국무조정실도 18일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에서 “지방 부담이 과중해지지 않도록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이번주 각 지자체 재정 담당자들과 회의를 열어 애로사항을 듣고 합의점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한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재정당국은 보고 있다. 지자체 부담률을 줄이는 만큼 중앙정부 부담률은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방재정 확충 방안이 동시에 마련돼야만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전국 종합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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