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요직 '강성 진보' 일색… "우리법연구회·민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어"

입력 2017-08-22 18:49  

좌로 가는 사법부
문재인 정부 법조 고위직 우리법연구회·민변 출신이 장악

사법부에 거센 '좌클릭' 바람
청와대·법무부 이어 사법부까지 특정 이념 쏠림에 사회갈등 우려

문 대통령 임기 중 사법부 대폭 물갈이
대법관은 1명 뺀 전원 교체…헌재 재판관도 9명 중 7명 달해

편향된 인사에도 견제세력 없어 사법부 '좌클릭' 고착화 우려



[ 박해영/고윤상 기자 ]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사법부에 ‘좌클릭’ 바람이 거세다. ‘사법개혁’이란 명분을 앞세워 이른바 ‘진보성향’ 인사들이 사법 관련 요직에 속속 진입 중이다.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 등 일선 법조 현장에서는 급격하고 과도한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일부 법조인이 정치권과 접촉하고 있다는 흉흉한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법무부 등에 ‘진보’ 라인업 구축

새 정부에서 임명되거나 후보로 지명된 법조 관련 인사의 90% 이상이 진보성향 인물로 채워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법원·법무부·사법관련 위원회 등의 고위직으로 임명되거나 내정된 인사 14명을 분석한 결과 13명이 진보성향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사법부 ‘투톱’인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도 포함됐다.

사법개혁을 주도하게 될 청와대 법조 관련 주요 요직부터 뚜렷한 진보성향 일색이다. 사실상 칼자루를 쥔 조국 민정수석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을 지낸 국내 대표적인 진보 법학자다. 서울대 교수 시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진보적 성향을 드러내는 데도 과감했다.

조 수석과 호흡을 맞추는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들의 모임’(민변) 출신 진보 법조인이다. 이 행정관은 지난해 4월 북한 해외 식당에서 여종업원 12명이 탈북해 입국한 것을 두고 “국정원은 탈북자들을 판사 앞에 출석시켜 그 진정한 의사를 확인시키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종업원 탈북이 ‘국정원의 기획극’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옹호하는 듯한 논리였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우리법연구회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간사 역할을 맡았다. 정권이 바뀐 뒤 사표를 쓰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검찰개혁을 지휘할 법무부에서도 진보라인업이 구축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개혁진보성향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대표 출신이다. 박 장관은 외부전문가 영입을 명분으로 진보 인사들을 속속 법무부로 진입시키고 있다. 이용구 신임 법무실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정의당 정치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는 민변 감사 출신인 차규근 변호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차 변호사는 ‘효순·미선 미군 교통사고 사건’ 이후 2005년 조 수석이 앞장섰던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 개정 운동에 힘을 보탠 바 있다.

◆사법부 ‘투 톱’ 모두 ‘강성 진보’

사법부 ‘투 톱’인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으로 각각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과 김이수 헌재 재판관은 진보 판사 중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꼽힌다. 김 후보자는 개혁 성향의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모두 지냈다.

김 후보자의 논문도 그의 성향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는 2005년 발간된 연구회 논문집에 ‘정리해고의 실시와 쟁의행위의 대상’이라는 논문을 게재해 정리해고에 맞선 노동 현장의 쟁의행위를 부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리해고를 결정하는 것조차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이다.

김이수 후보자는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헌재 재판관 중에서 가장 ‘왼쪽’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취임한 박정화 대법관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과거에는 대법원장이 특정 성향을 드러내더라도 다른 대법관들이 견제를 하며 균형을 유지했다. 헌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역사상 유례없는 사법부 물갈이가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 임기 중 대법관 13명 중 12명,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이 바뀐다. 사법부의 ‘좌클릭’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년에 대법관 6명이 교체되면 사법부의 진보 색채는 더욱 짙어질 것”이라며 “지도부의 진보 성향을 반영한 일선 판사들의 판결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견제세력 없어…사법불신 우려

정부 외곽기구에도 진보 성향 인물들이 속속 진입 중이다. 김외숙 신임 법제처장은 민변 출신으로 문 대통령이 나온 법무법인 부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도 민변 사무총장 출신이다.

왼쪽으로, 왼쪽으로 몰려가고 있지만 뚜렷한 대항세력이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과거에는 편향시비가 있을 경우 정치권이나 언론 전문가 그룹 등의 견제가 만만찮았다. 사법부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우리법연구회는 2010년 해체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하는 모습이다. 함부로 나섰다가 적폐로 몰려 법복을 벗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서초동을 휘감고 있다.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 로펌 대표변호사는 “나름대로 진보적이었던 이용훈 전 대법원장도 ‘상식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는 기준을 법관의 양심이라고 포장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며 “과도한 쏠림은 사법개혁을 좌초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민변·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민다”고 비판했다.

박해영/고윤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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