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풍미한 한국 리얼리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평가
화랑가·경매시장서도 거래 활기
줄잇는 전시회
임옥상 씨 가나아트서 개인전
송창, 학고재화랑에서 초대전
황재형은 박수근미술관 작품전
[ 김경갑 기자 ]
1980년대 민주화운동 흐름 속에서 본격 등장한 민중미술은 노동자 등 서민의 고달픈 삶을 표현한 ‘한국판 리얼리즘’의 대표적 장르다.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현실의 모순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근·현대사의 아픈 상처와 민감한 시국 문제를 화폭에 담아내기도 했다. 1980~1990년대를 풍미한 민중미술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2015년 복고 문화 열기에 힘입어 ‘반짝’ 주목받은 이후 다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 들어 원로작가 신학철과 손장섭 김정헌 민정기 임옥상 송창 윤석남 씨 등 원로·중견 작가가 이미 전시회를 열었거나 진행 중이다. 황재형 이종구 노원희 등도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경매시장과 화랑가에서는 민중미술 1세대 작가 오윤, 강요배, 황재형, 임옥상 등 일부 작가의 작품값이 애호가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다. 정치적인 지향과 메시지가 ‘격하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돼온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우찬규 학고재화랑 대표는 “민중미술이 언젠가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며 “시대정신을 담아내면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임옥상, 송창 등 줄잇는 개인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화랑들도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민중미술에 관심을 보여온 가나아트센터는 인기 민중화가 임옥상 씨의 개인전(23일~9월17일)을 열어 민중미술 애호가를 끌어들인다는 포석이다. ‘바람 일다’를 테마로 6년 만에 연 이번 전시에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를 형상화한 작품 등 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작업 30여 점을 내걸었다. 가나는 오는 12월 강원 태백 탄광촌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화폭에 담아온 황재형 씨의 신작도 선보일 예정이다.
학고재화랑은 지난해 민중미술 1세대 서양화가로 꼽히는 주재환(3월), 신학철(9월)을 조명한 데 이어 올해는 손장섭과 송창을 초대했다. 다음달 24일까지 이어지는 송창의 개인전에는 1980년대 연천에서 철모를 바구니로 쓰는 노인의 모습을 담은 ‘밭에서’(1986), 녹슨 중식도(칼)가 소나무 줄기를 댕강 끊어놓은 ‘굴절된 시간’(1996) 등 30여 점을 걸고 판매에 들어갔다. 내년에는 이종구와 여성작가 노원희를 초대할 예정이다. 부산 조현화랑은 지난 5~7월 안창홍 개인전을 열어 이 지역 컬렉터들을 끌어모았다.
미술관도 민중작가 조명에 발벗고 나섰다.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은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로 황재형을 선발해 작품전을 열고 있다. 춘천 이상원미술관은 다음달 24일까지 민중미술의 ‘대모’로 불리는 윤석남의 개인전을 연다. 겸재정선미술관은 다음달 민중미술인협회장을 지낸 여운의 유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금호미술관이 민정기 개인전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민중미술가 100여 명 활동
국내 화단에서 활발하게 작업하는 민중계열 리얼리즘 작가 수는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약 100명으로 미술계는 추정한다.
작품 가격은 다른 장르에 비해 저렴하다. 서울 화랑가에서는 인기 작가의 작품이 점당(100호 기준) 5000만~8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단색화 거장 정상화(4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경매시장에서는 오윤과 강요배, 김종구, 임옥상, 황재형, 김정헌 작품이 단연 인기다. 오씨의 작품은 서울옥션 경매에서만 113점(낙찰총액 11억원)이 팔려 1세대 민중작가의 파워를 과시했다. 작가들의 경매 최고가 작품도 줄을 잇고 있다. 임옥상의 ‘아메리칸 드림1, 2’(9300만원), 신학철의 ‘고갯길’(7300만원), 강요배의 ‘삼태성’(6000만원), 황재형의 ‘무제’(54000만원)가 각각 자신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술전문가와 화랑 대표 사이에는 민중미술의 시장성에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예전처럼 정치적 지향을 앞세우기보다 자연과 삶 속으로 파고들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1980~1990년대 선동적 메시지로 모습을 드러낸 민중미술이 시대 변화에 부응하고 있다”며 “단색화 후속 테마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낙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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